“암 위험 높이는 유전자 분포 첫 규명”…국립암센터, 한국인 맞춤형 진단 길 연다
CHEK2 유전자 변이가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에서 암 발생 위험을 어떻게 높이는지 처음으로 규명됐다. 국립암센터가 주도한 다기관 유전성 암 연구팀은 한국인 1만2000여 명을 비롯한 동아시아 집단의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암 위험과 연관된 CHEK2 유전자 변이의 분포 양상을 21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주로 서구 인구를 중심으로 축적된 기존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인 맞춤형 암 조기진단과 예방 전략 개발에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학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HEK2 유전자는 유방암, 대장암 등 여러 암의 주요 발병 위험인자로, 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암 발생 가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등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동아시아인에서의 변이 패턴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서구에서 빈발하는 변이(c.1100delC)는 한국인에게서 거의 나오지 않는 등,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이 뚜렷했다. 이는 “기존에 서구 데이터를 단순 적용했던 암 위험 예측 방식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드러낸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분석은 국내 암 조기진단 플랫폼과 병원 진료현장에서의 실질적 활용 가치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암 예측검사, 고위험군 선별, 예방 전략 마련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저자인 박종은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 CHEK2 유전자 변이 특성 확인의 첫 걸음”이라며, “맞춤형 암 예방 및 조기진단 전략의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유전자 기반 암 위험 예측이 이미 본격화됐다. 그러나 서구 집단과 명확히 구분되는 동아시아인 특성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외국 사례와 달리 한국인 실정에 맞는 진단 기술과 전용 데이터베이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밀의료 도입 확대에 따라, 유전자 분석 기반 암진단은 국내 데이터 보호, 생명윤리, 유전자정보 활용 가이드라인 등 규제 환경의 준비도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암센터와 전국 의료기관은 협업 체계를 통해 환자 및 가족의 DNA를 분석·통합하며,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교수는 “동아시아인 특성을 반영한 정밀의료 실현에 한 단계 다가선 결과”라며, “향후 한국인 특화 조기진단·예방 전략 개발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업계는 한국형 유전체 분석 플랫폼이 병원·보건정책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는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임상, 데이터·윤리 제도 간의 균형 확보가 정밀의료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