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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닮은 주말”…통영 루지부터 거제 바람의 언덕까지 색다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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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닮은 주말”…통영 루지부터 거제 바람의 언덕까지 색다른 여행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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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해안으로 떠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과거엔 단순히 유명 관광지만 찾았다면, 지금은 골목 구석구석의 벽화를 넘나들고 언덕에 기대 바람을 맞는 방식으로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사소한 이동, 작은 풍경 하나에도 새로운 여행의 감각이 녹아든다.

 

경상남도는 깊은 산세와 푸른 남해가 어우러진 풍경 덕분에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무더운 7월 셋째 주, 경남 주요 도시는 최고기온 30도, 최저 22도를 오가며 초여름의 색을 품었다. 그만큼 바다건 산이건 한층 가까워진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인 셈이다.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호인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이호인

통영 미륵산에 자리한 통영 루지는 남녀노소가 꿈꾸는 남해안 감성 스팟이다. 무동력 카트를 타고 곡선로를 내려오며 강렬한 바람, 그리고 멀리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함께 따라온다. 사진 욕심마저 불러일으키는 동피랑 벽화마을도 통영산 여행자의 필수 코스. 집집마다 특색있는 그림, 언덕을 오를 때마다 바뀌는 풍경은 지나치기 어려운 경험을 선사한다.

 

거제 남부의 바람의 언덕은, 탁 트인 초원과 커다란 풍차가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시원한 해풍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바삐 흘러온 일상을 잠시 멀리하게 한다. 거제 외도 보타니아 해상 식물원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칠던 바위섬이 정원과 조각상, 각양각색의 식물이 어우러진 유럽풍 동화마을로 변신했다.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면 그곳만의 리듬과 청량한 색채가 여행의 숨을 길게 만들어준다.

 

남해 삼동면의 독일마을은 196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간호사들이 고향에 돌아와 바이엘른음악과 맥주, 이국의 추억을 남긴 공간. 계절마다 변하는 남해 바다가 집 앞에 펼쳐지고, 찾아온 이들은 소시지와 맥주 한잔에 잃었던 감각을 깨어낸다. 남면의 가천 다랭이마을도 눈길을 끈다. 울퉁불퉁 바다를 향해 이어진 계단식 논밭과 산촌의 숨결, 소박한 평화가 늘 머문다.

 

지리산-한려수도의 만남이 깊은 진주·하동·사천 지역에서는 역사와 풍광을 함께 품은 여정이 기다린다. 진주성에서 임진왜란 대첩을 기억하고, 저녁이면 남강 유등과 어우러진 야경이 일상을 환기한다.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해안 위를 달려 초양도, 각산, 대방진굴항을 이어준다. 크리스탈 캐빈에 오르면 아래로 쏟아지는 다도해의 짙은 푸름, 그 위로 분주한 마음도 잠시 쉬어간다. 하동 평사리 ‘토지’마을, 최참판댁은 섬진강과 지리산 능선 아래 고즈넉한 한옥이 줄짓는 곳이다.

 

지역 트렌드 전문가들은 “최근 여행자는 단발성 명소보다 현지색과 소소한 스토리를 품은 장소를 더 갈망한다”며 “남해안 곳곳의 로컬 여행지는 이런 감각 변화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유명함 대신 취향을 좇는 여행자들이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엔 “대중적이지 않아 더 좋다”, “언덕에 서면 바람 냄새까지 기억된다”는 체험담도 흘러온다. 언젠가부터 ‘여행의 가치는 발견에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경상남도의 크고 작은 명소들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삶의 감각을 깨우는 쉼표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 만나는 바람, 빛, 풍경 하나가 또 다른 계절을 열어주는 요즘.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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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루지#거제바람의언덕#남해독일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