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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코스 적응력 빛났다”…김시우, US오픈 공동 8위→상위권 진입 신호탄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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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뿌리는 빗줄기와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을 감돌았다. 김시우는 거친 자연과 예민하게 설계된 그린, 그리고 벙커의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손끝에 집중한 퍼트, 벙커를 극복하는 한 번의 아이언샷마다 갤러리의 시선이 멈췄다.

 

김시우는 1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25회 US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7개로 4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1, 2라운드 합계 2오버파 142타를 적어낸 김시우는 중단 시점까지 공동 8위에 오르며 상위권을 확고히 했다.

“난코스 적응력 증명”…김시우, US오픈 2R 공동 8위→3R 진출 전망
“난코스 적응력 증명”…김시우, US오픈 2R 공동 8위→3R 진출 전망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골프장이다. 좁은 페어웨이, 얼음장처럼 미끄러운 그린, 어디서든 불쑥 나타나는 벙커들이 한순간의 흔들림에도 페널티를 요구했다. 이날도 코스에 삼켜진 선수들이 속출했다.

 

김시우는 경기 초반 2번, 4번, 5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내주며 힘든 출발을 맞았다. 그러나 7번 홀에서 첫 버디를 낚아채며 리듬을 되찾았다. 후반 10번과 11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기록했지만, 12번 홀 파5에서 차분한 공략으로 두 번째 버디를 만들었다. 17번 홀 그린에서는 감각적인 퍼트로 또 하나의 버디를 추가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아쉬운 파 퍼트 실패가 있었으나, 김시우는 라운드를 마친 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남은 라운드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역대급 난코스를 증명하듯, 2라운드까지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샘 번스가 3언더파 137타로 선두에 섰고, J.J. 스펀과 빅토르 호블란이 그 뒤를 쫓았다. 임성재와 김주형은 5오버파 145타로 공동 36위, 안병훈은 9오버파 149타로 공동 80위로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계랭킹 10위권 선수 다수와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 저스틴 토머스 등도 잇달아 컷 통과에 실패하면서 오크몬트의 벽을 실감케 했다.

 

관중석에서는 김시우의 흔들림 없는 플레이에 점점 더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Kim resilience’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자연과 심리, 실력과 경험이 맞서며 만들어가는 골프의 묵직한 감동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편,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2라운드 경기를 마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리스턴 로런스 등 13명이 홀아웃하지 못해, 남은 경기는 15일 오전에 이어질 예정이다. 최종 컷을 통과한 이들은 곧바로 3라운드에 진입한다. 김시우는 이번 기세를 발판 삼아 상위권 돌입과 더 큰 반전 스토리를 향해 나아간다.

 

경쟁과 도전,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오크몬트의 오후. 김시우의 고요한 집중과 코스에 새겨진 발자국은 피로와 열정을 품었다. US오픈 골프대회 3라운드는 6월 15일 이어지며, 김시우의 또 다른 라운드가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한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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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us오픈#오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