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도 이렇게 안 해”…여야, 국회 청문회서 KT 해킹 대처 전방위 질타

대규모 해킹 사태를 둘러싸고 국회가 KT와 롯데카드 등 통신·금융업계 책임론을 전면적으로 제기했다. 여야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영섭 대표이사를 비롯한 KT 임원진의 전원 사퇴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며 강하게 책임을 물었다. 통신 안전망과 보안의식 부재, 그리고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치권의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KT가 국가기간 통신망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섭 대표이사를 비롯해 해킹 사태와 연관된 임원진 전원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드는 건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와 정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들어놓았던 대책들이 통신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허무함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 역시 “KT 자체가 해체돼야 할 수준”이라면서, 김 대표를 향해 “최소한 대표직 연임에 연연하지 말고 이 사태에 책임진 뒤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KT가 타사 해킹 사고 이후 “해킹에서 안전한 KT로 오세요”라는 홍보 문구를 활용한 점을 거론하며, “이랬던 KT가 자기들 해킹에는 허위, 조작, 은폐, 축소만 반복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KT 무단 소액결제 피해 지역이 추가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은폐가 아니면 무능 둘 중 하나”라 지적하며, “구멍가게가 털려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해킹 사태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데 어떻게 믿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며, KT와 롯데카드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은 “KT는 정말 조직문화가 한심하다.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 경고 사인도 다 있었는데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공무원식 마인드가 아직도 민영화된 KT에 남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장에선 책임 소재를 정부로까지 확장시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훈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해서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응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 역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이 미국 출장을 떠난 점을 언급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아니냐”, “해외에 있다가도 바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번 사태는 보안의식의 근본적인 문제다. 인공지능 강국을 외치기에 앞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KT를 겨냥하며 임원진 사퇴와 책임 이행을 압박한 데 이어, 정부 당국의 대응력과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국회는 이번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책 마련 및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