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대폭 확대”…정부, 연구 생태계 복원서 혁신 속도 낸다
국가 연구개발(R&D) 생태계의 근본적 복원이 단순 회복을 넘어 과감한 투자 확대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연구인재의 해외 유출, 실험실 안전사고 등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을 산업 경쟁력 저하로 진단하고, 예측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 ‘R&D 혁신방안’을 9월 내놓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과거 미국과 중국에 비해 질적·양적 연구성과 및 테크기업 부문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 전환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3일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R&D 생태계 혁신을 위한 연구현장 간담회’에서 “정부는 생태계 복원에 그치지 않고 R&D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며 “연구인재가 굳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아도 되는, 예측 가능하고 안전한 연구 환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배 장관은 전날 화재 사고가 났던 서울대 실습실도 방문해 “실험실 안전체계와 프로세스 구축이 선결과제”라며, 11월 내 실험실 연구 안전 대책을 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R&D 인재 유출을 막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출범 등 대응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 장관은 “해외 유출은 세계적 추세지만, 제때 좋은 연구환경을 지원했다면 많은 인재가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투자의 적시성과 효율성, 조직문화 개선까지 모두 아우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R&D 생태계의 국가경쟁력이 최근 10년간 다층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도 공개됐다. 이진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전략기획본부장은 미국 하버드·스탠퍼드·MIT 등과 중국 북경·칭화대를 예로 들어, 미국과 중국이 논문·연구자 수에서 압도적이나 최근 미국 명문대의 논문 질적 지표는 하락세, 중국은 논문 수 대폭 증가만큼 질적 도약은 미진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서울대, 카이스트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격차가 크고 상위 1% 연구자 수도 2024년 기준 75명, 싱가포르(108명) 등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실질적 기술융신으로 평가되는 포춘 500대 기업 진입 현황도 부진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15개 국내 기업이 포함됐으나, 최근 10년간 한국발 신규 테크기업은 한 곳도 없다. 2014년 이후 메타, 테슬라, TSMC, 샤오미 등 글로벌 테크기업의 약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연구자 자율성 확대, 투자의 예측성과 도전성 제고, 실험실 행정부담 완화와 규제 혁신, 과제평가 시스템 전면 개선 등 다각도의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장 의견을 반영해 9월 R&D 생태계 혁신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빠른 투자 확대만큼, 연구 현장의 안전·자율적 환경 구축과 창의적 인재 배출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책 의지와 실질적 환경 개선이 어우러질 경우, 한국 R&D가 중장기 글로벌 경쟁력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