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환상만 가득”…국민의힘, 이재명 대통령 유엔 연설 ‘END 이니셔티브’ 맹공

한반도 평화 구상 주도권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면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야당이 ‘현실성 부족’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내세운 비핵화 접근법과 남북 대화 제안이 정치권 안팎의 격렬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24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냉전 종식 방법론으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 가득한, 현실과 동떨어진 안보관을 보여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남북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구상은 남북 관계를 더 왜곡시키거나 북핵 고도화에 시간을 벌어주기에 충분한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김정은은 이미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두 국가 체제를 천명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가진 게 핵밖에 없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우제식 상상력’에 기반한 일방적 유화책”이라며 “선의에 기댄 평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허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성훈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제사회 복귀를 선언한 연설에 대해서도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제쳐둔 채 외교무대에서까지 국내 정치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러 결속 및 북·중 관계 강화, 실패로 끝난 관세 협상, 지지부진한 한미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현실에서, 비현실적 비핵화 구상과 구체적 전략 없는 평화·공존 메시지는 국민 불안만 키울 뿐”이라며 “외교·안보 리스크를 불식시킬 실질적 전략을 조속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END 이니셔티브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한 채 교류와 정상화만 앞세우면, 결과적으로 분단 고착화와 통일 불가능으로 귀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구상이 오히려 김정은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END는 평화의 시작이 아니라 통일의 끝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현실적이지만 평화의 가치 제시에 의미가 있다’는 중립적 시각과 ‘원론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편,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도 여야의 격렬한 공방이 예고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앞으로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첨예한 노선 차이와 현실 진단의 간극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다음 본회의에서 ‘END 이니셔티브’ 관련 외교안보 정책 보고를 청취하고 추가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