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버디 역전”…브래들리, 트래블러스 우승→세계랭킹 7위 진입
잔잔한 긴장감이 흐르던 18번 홀, 갤러리의 숨죽인 시선이 브래들리의 마지막 퍼트에 모아졌다. 극한의 압박 속에서 날아간 스트로크가 그린을 정확히 가르며 깃대에 도달하는 순간, 브래들리의 이름은 골프 팬들의 응원과 찬사를 받았다. 수차례 아쉬웠던 고비들을 넘긴 그 여운이 크롬웰의 늦은 오후를 가득 채웠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시그니처 대회로 치러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의 마지막 라운드는 23일 미국 코네티컷주 TPC 리버하이랜즈에서 열렸다. 브래들리는 차분한 경기 운영과 탁월한 집중력으로 경기 내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17번 홀까지는 1타 차의 압박에 놓였지만, 18번 홀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기록하며 총 15언더파 265타로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토미 플리트우드는 마지막까지 추격했으나 2위에 그쳤다.

우승의 기쁨은 곧 세계랭킹 변화로 나타났다. 브래들리는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21위에 머물렀지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14계단을 끌어올려 생애 처음으로 7위에 진입했다. 브래들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순간이 가능했다”며 “오랫동안 꿈꾸던 무대를 현실로 만든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도 이어졌다. 안병훈은 꾸준한 플레이로 공동 14위를 기록해 세계랭킹 46위로 3계단 올랐다. 임성재는 25위, 김주형과 김시우는 각각 56위와 62위에 자리했다. 국내에서는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옥태훈이 271위까지 수직 상승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대회로 세계 남자 골프계 순위 구도 역시 한층 다채로워졌다.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는 상위 3위를 굳건히 유지했고, 저스틴 토머스가 4위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브래들리가 보여준 집중력과 상승세가 PGA 투어 전체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
갤러리의 박수, 챔피언의 도약, 그리고 뒤이어 지는 햇살까지.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만들어진 기적이 또 한 명의 영웅을 탄생시켰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순간은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브래들리는 다음 대회에서 다시 꿈을 향해 출발한다. PGA 투어 주요 대회들이 기다리는 여름, 승부만큼 치열한 꿈의 무대는 2025년 6월의 특별한 기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