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장전 짜릿한 승부”…이다연, 이민지 장벽 넘어 극적 9승→메이저 도전 예고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의 바람과 긴장 속에서 이다연은 한 순간도 집중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퍼트 소리에 숨죽였던 시간, 되풀이되는 들숨과 날숨에 갤러리 모두가 뜻을 모았다. 마침내 이다연의 손끝에서 날아간 우승 퍼트는 해 질 녘의 페어웨이 위에서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크게 울렸다.
21일 열린 KLPGA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이다연은 3타를 줄이며 최종 9언더파 279타로 경기를 마쳤다. 이민지와 동타를 이루며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2차 연장에 돌입한 순간 이다연의 노련한 샷과 퍼트가 빛을 발휘했다.

세계랭킹 4위 이민지를 상대로 두 번째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확정 지은 이다연은 통산 9번째 KLPGA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년 전 같은 대회, 같은 코스, 같았던 맞대결의 기억이 다시 한 번 드라마처럼 펼쳐진 셈이었다.
이다연은 대회 최종일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흰색 상의와 빨간 치마, 2년 전과 닮은 의상을 입은 모습에서 우연과 필연이 교차했다. 연장전이 펼쳐질 때마다 팬들의 시선은 한곳에 모였고, 숨 막히는 순간이 이어졌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이다연은 “주시면 감사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떠올렸다고 밝히며, “이민지는 정말 존경하는 선수”라며 연장 승부의 의미를 전했다. 이다연은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만 KLPGA 대회 2승, 여기에 2019년 한국여자오픈까지 합쳐 총 3승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2년간 이다연은 허리, 등, 팔 부상과 교통사고 후유증 등 힘든 시간을 겪었다. 시즌 초반 여파로 기권과 경기 취소도 이어졌으나,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다연은 시즌 내내 ‘도전’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남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를 향해 “마지막 메이저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시 시작된 도전의 시계 속에서, 이다연은 다음 달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상승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KLPGA 천장이 다시 한 번 높아지는 순간, 팬들의 아낌없는 응원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