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난사, 반려견 잔혹사”…거제 20대 일당 신상 노출 논란→피해자 2차 고통
“왜 살아있는 작은 생명들에게 총을 쏘아댔는가.” 거제시 일운면의 밤, 세 명의 20대 남성이 식당 마당에 있던 개들에게 비비탄총 수백 발을 퍼부었다. 두 마리 반려견은 안구를 심하게 다쳤고, 한 마리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애꿎은 희생 이후 지역 사회와 온라인 세상에는 더 큰 파문이 번지고 있다.
가해 일당 중 두 명은 현역 해병대원으로 밝혀졌고, 한 명은 민간인이다. 군부대에 사건이 넘겨진 두 군인과 달리 민간인은 동물보호법 위반,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세 사람의 신상은 소속 부대와 이름, 생년월일, 대학, 심지어 가족의 정보까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신상 노출과 도를 넘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까지 2차적 고통이 가해지고 있다.

문제의 사건은 범행 하루 전부터 예고된 듯 치밀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구조복지협회에 따르면, 세 명은 사건 전날 인근 펜션에 투숙하며 강아지의 위치를 여러 차례 확인한 뒤 살해와 학대를 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견주는 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의 해명은 번복됐고, 처음엔 강아지가 다가와 그랬다고 했으나, 장난으로 한 일, 술 때문이라는 등 변명이 계속 달랐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가해자들이 당일 마신 술은 작은 맥주캔 네 개가 전부라는 점에서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피해 견주가 받았다는 2차 피해 진술이다. 그는 “가해자 세 명 중 한 명에게만 사과를 받았다”며, “한 가해자의 부모는 견주의 집 사진을 찍고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등 협박성 행동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는 이미 가해자 신상뿐 아니라 주변인의 신상까지 빠르게 퍼져나가,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함께 관련자 모두가 2차 피해에 노출된 구조적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사는 현재 범행 동기와 비비탄총 종류 등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 신상공개와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 동물학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처벌 강화와 사회적 경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 가해·피해를 넘어, 범죄 이후 피해자 보호와 신상 유포의 딜레마까지 우리의 사회가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