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이적 내레이션이 머문 순간”…산골 음악다방, 상실을 품은 위로→신청곡의 기적

깊은 산골짜기에 숨은 ‘산골 음악다방’은 DJ 김상아와 김민서 부부가 엘피 판마다 모아두었던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오래된 사연과 누군가의 손글씨 사연이 얹혀 더욱 진하게 심금을 울렸다. 이적의 담담한 내레이션이 다정하게 얹힌 ‘다큐ON’에서 음악다방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에게 특별한 위로를 건넸다.

탁상 위 번쩍이는 재생 버튼 대신 사람들은 사연과 신청곡을 손 편지에 담아 천천히 내밀었고, 부부는 그 사연의 슬픔과 기쁨을 모두 받아 안아 조심스럽게 음악을 골랐다. 알츠하이머로 아내를 잃어가는 남편의 신청곡, 다시 들려온 ‘딜라일라’의 멜로디, 정원을 한 바퀴 둘러싼 벚나무와 야생화처럼, 방송은 모든 이의 추억과 상처를 음악 안에 담아 산골 다방에 눌러앉혔다.

삶의 상실은 김민서의 마음에도 드리웠다. 또렷했던 둘째 딸의 미소를 야생화가 만발한 정원에 새긴 뒤, 노래와 꽃은 이곳을 찾는 손님 모두에게 조용한 쉼표가 돼주었다. 누구든 사연이 있는 날, 음악회가 열리는 계절마다 사람들은 남모를 아픔과 간절함을 신청곡에 실어 다방을 찾았다. 비록 한 곡의 음반이라도 닳도록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주는 DJ 부부의 손길 속에서 고요한 산골은 어느새 모두의 안식처가 됐다.

이적의 따뜻한 내레이션은 음악에 스며든 사랑과 치유, 그리고 잊히지 않을 기억의 결을 따라 시청자 마음을 끌어당겼다. 산골 음악다방을 통해 전해진 노래들은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다시 한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용기를 안겼다. ‘다큐ON’에서는 이처럼 특별한 공간에서 펼쳐진 위로와 울림을 깊이 있게 전했다.

개성 강한 사연과 함께 계절별로 이어지는 작은 음악회, 누구든 신청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음악다방의 풍경은 꾸준한 감동을 선사했다. 부산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 오늘도 산골 속 한 편의 음악은 잊고 살았던 그리움과 소중함을 일깨웠다.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 신청곡처럼, ‘다큐ON’은 매주 누군가의 일상에 다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