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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싫다고 장독 없애면 안돼”…이재명,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
정치

“구더기 싫다고 장독 없애면 안돼”…이재명,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론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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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재점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신중론을 밝히며, 여당과 정부, 그리고 법조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은 후속 입법 논의의 방향에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후속 입법과 관련해 “장은 먹어야 하는데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나.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악착같이 막아야지”라며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을 없애버리자고 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완수사권 문제도 그런 측면에서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발견하고 죄지은 자는 처벌받으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며 “거기에 맞게 제도와 장치는 배치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엉뚱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고도 했다.

법조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공식화됐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없애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도입하는 등 권한 분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보완수사권까지 즉각 폐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부작용을 우려해 보다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문제로는 ‘사건 핑퐁’으로 인한 민생 범죄 수사 지연,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 통제 공백, 공소유지 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된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경찰에만 보완수사 요구를 할 경우,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경찰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여기에 검찰청 폐지와 함께 경찰에 전면적인 수사권이 집중될 경우 형사사법 통제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권력이 경찰 권력으로 단순 이전되는 방식의 개혁은 경계해왔다. 지난 7월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수사권을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있느냐”, “경찰의 비대화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며 권력 분산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공소유지와 재판 대응 측면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실질적 수사 능력 악화 가능성에도 이 대통령은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자”고 강조하며, 정부뿐 아니라 여야, 검찰, 그리고 국민의 의견까지 두루 수렴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세부 입법 과제에 있어서도 신중한 검토와 다각적인 논의 필요성을 재차 환기한 셈이다.

 

이날 대통령의 회견 이후 정치권은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주요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를 놓고 더욱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한 뒤, 보완수사권 관련 쟁점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에 돌입할 방침이다.

 

중수청 및 공소청 신설은 법률안 공포 1년 후 시행될 예정으로, 그 안에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세부 제도 설계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법조계가 보완수사권의 향방을 두고 본격 논쟁에 들어간 가운데, 여론과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이 향후 정국의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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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보완수사권#검찰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