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새 역사”…고효준, 두산 최고령 구원승→마운드에 남긴 도전의 빛
경쾌한 박수 소리, 그리고 마운드 위에 선 고효준의 이마에는 한여름 밤의 뜨거움이 서려 있었다. 시즌 내내 꾸준히 소임을 다한 고효준은 7회초, 관중의 시선을 등에 업고 힘차게 공을 던졌다. 단 5구 만에 이닝을 끝내고, 7회말 이어진 동료들의 득점 덕에 드디어 KBO리그 개인 첫 구원승을 손에 넣었다. 42세 5개월, 베테랑의 저력은 야구장을 가득 채웠다.
두산 베어스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홈경기에서 LG 트윈스를 9-6으로 꺾었다. 이날 두산은 6-6 팽팽하던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효준을 마운드로 올렸다. 고효준은 LG의 문성주를 상대로 직구 5개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정리하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7회말과 8회말, 두산은 한 점, 두 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지켰다. 결국 고효준에게 값진 구원승이 돌아갔고, 이는 개인 통산 42세 5개월 19일 만에 이뤄진 기록이었다. 이로써 고효준은 박철순의 두산 팀 최고령 승리 기록(40세 5개월 23일)을 뛰어넘었고, KBO리그 전체 두 번째 최고령 승리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현재 리그 1위는 송진우로 43세 1개월 23일 만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고효준은 "승리 투수가 되고 싶었다. 기록 그 자체가 너무 뜻깊다"며 땀에 젖은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가족과의 일상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한 이유는 딸이 야구장에 있는 아빠를 자주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베테랑의 책임감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박철순의 팀 기록을 넘어서 영광스럽다는 소회를 밝힌 고효준은, 리그 최고령 승리 1위인 송진우를 목표로 삼겠다는 도전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또 메이저리그의 45세 투수 리치 힐을 언급하며 "나 역시 45세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효준은 후배 투수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그게 최선"이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두산 구단 역시 베테랑의 존재감 속에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고효준까지 포함해 KBO리그에는 40대 투수들이 마운드에 자신의 기록과 뜻을 남기며 꿋꿋이 버티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이번 승리로 순위 경쟁에서 소중한 의미를 더했다. 경기장 한편에는 선수단과 함께 숨죽여 지켜본 팬들의 환호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루하루 치열함 속에서 누적된 땀의 무게가 기록으로, 또 응원으로 남았다.
서늘한 바람, 묵직하게 다져진 어깨, 흔들리지 않는 시선. 고효준의 오늘은 두산과 팬들에게 오래 남을 여운을 건넸다. 두산은 KBO리그 정규리그 일정을 이어가며, 베테랑 투수의 발걸음처럼 한 땀 한 땀 도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