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성격까지 바꾼다”…英 교모세포종 사례, 정밀의료 혁신 촉각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교모세포종(GBM)이 극심한 두통과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망상 등 심각한 성격 및 행동 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돼, 신경정신 영역의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던 환자 앤디 햄프턴(55)이 2년 넘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피해망상에 빠지고, 가족과 이혼 위기까지 겪다가 뒤늦게 교모세포종이 발견됐다.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내외에 그칠 만큼 예후가 불량한 이 질환이 실제로 환자의 인지·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사례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게 발병하는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하며, 뚜렷한 경계 없이 잠식하는 특징 탓에 완전한 수술적 제거가 어렵다. 평균 생존 기간은 12~18개월로 치료 효과도 제한적이다. 특히 환자의 증상 중 인지손상·성격 변화처럼 뇌 부위별 손상에 따른 비정형적 증상이 조기에 포착되지 않으면, 정신과적 문제로 오인돼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도 잦다. 이번 사례처럼 기억력 저하, 망상(피해망상) 등 증상이 교묘히 일상에 녹아들며 가정 내 갈등이나 대인관계 문제로 번지는 일이 문제로 지적된다.

햄프턴의 경우 2023년 이후 두통과 인지 저하,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다 가족 설득 끝에 정밀 MRI 등 신경영상 검진을 통해 직경 8cm의 교모세포종이 발견됐다. 이후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특성상 재발과 신경기능 저하가 계속 진행되며 치료에 한계가 뚜렷했다. 최종적으로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이해야 했다.
최근 뇌종양 분야에서는 유전체 기반 진단기술 강화와 표적항암제, AI신경영상 판독 지원 도입 등 정밀의료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전장유전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데이터와 환자 증상 빅데이터를 조합, 비정형 증상을 조기 포착하는 연구도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진단 지연, 치료 접근성, 높은 재발률 등 한계가 남아있어 임상과 연구 현장 모두에서 진단 정확도 제고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영국 사례가 뇌종양의 광범위한 증상 스펙트럼과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뇌질환 정밀의료 R&D 및 데이터 기반 예후 예측기술의 활용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한 해외 신경종양 전문가는 “신경기능 저하나 성격 변동이 나타난 환자에서 뇌질환 정밀진단이 누락되지 않도록 의료 환경이 달라져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교모세포종 사례가 정밀의료 기술 투자, 조기 진단 솔루션 상용화 논의에 중요한 자극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