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채 이자 1조 달러 돌파”…월가 거물 경종 울려→채권시장 경색 임박하나
미국의 경제적 지평선 위에 어둠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국가부채 이자비용이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수십 년간 반복돼온 우려가 실존적 위협의 실루엣으로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때 ‘늑대가 온다’는 뻔한 경고로 여겨지던 국가재정 리스크는 이젠 월가 거물들의 목소리를 타고, 채권시장의 한복판으로 다가서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정부가 지출하는 이자비용은 국방 예산을 넘어섰고, 메디케이드와 장애보험, 식품 보조금 등 주요 복지비를 한데 합친 예산마저 뛰어넘었다. 지난 시절에는 반복적 논쟁에 불과했던 부채 문제가, 이제는 그 절대적 규모와 재정의 임계점에서 정책 당국과 시장, 나아가 전 세계 투자자 모두의 시선을 붙든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경고음이 잇따른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는 미국의 재정상황을 ‘심장병 환자’에 비유하며, 궁극적 경제심장마비가 3년여 이내 닥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라자드의 피터 오재그 최고경영자는 늑대가 이미 문턱을 밟았다는 급박한 어조로 위기감을 공유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금리 급등이 지속될 경우, 채권시장이 무너지고 미국 정부는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될 미래를 우려한다.
그러나 채권 시장 전반에는 아직 결정적 붕괴의 징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일부 오름세가 나타났으나, 투자자들은 마치 프로레슬링에서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케이페이브(kayfabe)’ 장면처럼 당장의 위기감을 애써 외면한다. 폴 튜더 존스는 위험 신호들이 번쩍이고 있음에도 즉각적 재앙이 도래하지 않자 체념과 방조가 퍼져 있다 평가했다.
하지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근본적 위험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는 공식 부채 통계에 잡히기 이전, 인플레이션이란 선을 타고 국가 디폴트가 은근히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뿌리째 흔드는 변화라는 점에서 경계심이 고조된다.
부채 이자 부담이 향후 미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법안 논의와 재정정책, 금리 변화 등 정치·경제 변수의 파급 효과는 국내외를 가름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명한 움직임을 모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