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병용요법, 4기 흉선암 치료전환”…삼성서울병원 세계 첫 임상 결과
면역항암제가 4기 흉선암 환자 치료 패러다임을 뒤바꾸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수술이 불가능한 흉선상피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연구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향적 임상 2상에서 중증 환자의 70%가 수술로 이어지는 등 치료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박세훈·박성용·노재명 교수팀은 최근 세계폐암학회 공식 학술지 ‘흉부종양학회지’에 수술 불가 4기 흉선상피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와 펨브롤리주맙을 병용, 2년간 유지하는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20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총 40명을 대상으로 수행됐으며, 특히 환자의 82.5%가 최초 진단 시부터 수술이 불가능한 4기였다. 흉선상피종양은 연간 10만 명당 1명 이하의 희귀암이나 최근 연평균 6.1% 증가 추세로, 치료법 개발이 시급한 암종 중 하나다.

펨브롤리주맙은 항암 면역치료제로서 종양세포의 면역 회피 기전을 저해해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촉진하는 약물이다. 연구팀은 3주 간격으로 세 차례 기존 항암치료와 병용, 이후 수술 가능성을 재평가했다. 수술 후에는 최대 32주간 펨브롤리주맙을 유지 투약하고, 일부 환자는 항암방사선 치료까지 추가했다. 기존 화학요법만 사용할 경우 치료 반응율이 20~30%에 불과했던 데 비해, 본 연구에서 전체 환자의 57.5%는 종양 크기가 의미 있게 감소했다. 질병의 진행 억제(질병조절률)는 82.5%에 달했다.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환자의 70%가 치료 후 수술이 가능해졌으며, 병리학적 주요 반응(MPR) 도달률도 수술 환자군에서 46.4%로 높았다.
특히 예후가 나쁜 흉선암 환자(전체의 72.5%)에서 반응률이 높았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치료 후 1년 무진행 생존율(DFS)은 87.9%로 기록됐고, 중앙값 무진행 생존 기간은 49.3개월로 장기간 재발 없이 생존하는 환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아직 전체 생존율(OS)의 중앙값에 미치지 않아 장기 생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신약 개발 분야에서 흉선상피종양에 대한 임상적 접근은 드물다. 유럽, 미국에서는 면역항암제 기반 병용 전향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이번 결과 발표가 높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기존 대비 수술 성공 비율, 생존 기간 측면에서 글로벌 레퍼런스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연구는 단일군, 연구자 주도 방식으로 진행돼 향후 안전성·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다기관·무작위 임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평가도 병행된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수술 불가능 환자에게 완치를 제공할 수 있음에 의미가 있다”며 “후속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임상적 표준 치료로 자리 잡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2025년 유럽종양내과학회(ESMO) 구연 발표에도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희귀암 치료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규제 측면의 정교한 검증·지침 마련이 치료 표준화의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