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햇볕에 방치된 기부 생수 100만 병”…강릉시 관리 부실 논란

박선호 기자
입력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 당시 전국 각지에서 기부받은 생수를 한 달 넘게 야외에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리 소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0월 30일, 강릉의 한 야외 주차장에는 1팩(6병) 단위로 포장된 생수 수백 묶음이 포장이 찢어진 채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으며, 일부는 이미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생수는 장기간 직사광선과 고온에 노출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10월 17일 기준 강릉에 전달된 기부 생수는 2리터와 0.5리터 제품을 합쳐 1,066만 병에 이르며, 약 959만 병이 시민, 사회복지시설, 병원, 외국인 근로자에게 배포됐다. 그러나 여전히 106만 병이 야외에 쌓여 있는 상황이 확인됐다. 강릉은 지난 8월 말 심각한 가뭄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했으나, 9월 중순 집중호우로 저수율이 회복돼 재난사태가 해제됐다. 이에 따라 대량의 기부 생수 처리가 소홀해진 것으로 지적된다.

가뭄 극복 후 방치된 기부 생수…강릉시 생수 관리 도마 위 / 연합뉴스
가뭄 극복 후 방치된 기부 생수…강릉시 생수 관리 도마 위 /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포장이 훼손되고 햇볕에 장기간 노출된 생수를 바라보며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기부받은 생수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리는 사례까지 나왔다. 왜 전국에 물을 보내달라고 했는지 의문”이라며 절차와 관리 모두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수요와 잔여 물량 관리에 한계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 전량 신속히 배포하거나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부 생수의 보관·배분 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재난 종료 후 남은 구호물자의 철저한 관리 기준 등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향후 방치된 생수의 안전성, 유통 경로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선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강릉시#기부생수#가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