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 코스피 행…코스닥 시가총액 최대 8% 축소 우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공식화했다. 최근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기대감 속에 코스닥 지수가 반등을 시도하는 가운데 대장주의 이탈이 확정되면서, 중소형 성장주 중심인 코스닥 시장에 부담 요인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주의 잇단 코스피 이동이 현실화될 경우 코스닥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알테오젠은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폐지와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앞서 지난 8월 코스피 이전 계획을 주주와 투자자에게 공개한 뒤, 9월 한국투자증권을 이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향후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심사와 공모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코스피 이전 추진이 확정된 가운데 알테오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33 상승한 45만8천 원에 마감했다.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24조3천57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501조270억 원 가운데 4.89를 차지한다. 단일 종목이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5에 가까운 비중을 담당하는 만큼, 코스피 이전 시 코스닥 시총이 그만큼 축소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지수 상승을 주도해온 대형 성장주의 이탈이 지수와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압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은 그동안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지만, 지난달 말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단기 랠리를 연출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같은 달 17일 902.67을 기록한 이후 9거래일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 대책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책 기대가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병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별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코스닥 벤처펀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으로 가지 못한 개인 자금을 코스닥으로 유입시키거나, 연기금의 코스닥 종목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거론된다. 코스닥이 그동안 코스피 강세장에 비해 소외됐던 만큼,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코스닥 지수가 1,000선을 넘어서는 이른바 천스닥 달성 기대도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됐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흐름에 대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책 지원 가능성과 유동성 환경이 맞물리며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천스닥 달성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코스피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코스닥 특성상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이탈이 지수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더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에코프로비엠을 둘러싼 코스피 이전 상장 재추진설까지 재부각되며, 코스닥 대형주의 연쇄 이탈 가능성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안건을 통과시킨 뒤 같은 해 11월 27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이후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며 올해 2월 28일 이전 상장 신청을 철회하고 절차를 중단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다시 코스피 이전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16조9천490억 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3.38에 해당한다.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 두 종목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코스닥 전체의 8.27에 달해, 두 회사가 모두 코스피로 이동할 경우 코스닥 시장의 몸집 축소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주 대형 종목이 줄줄이 코스피로 옮겨가는 흐름이 반복되면 코스닥이 구조적으로 2부 리그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과거에도 네이버,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등 대표적 성장주들이 코스닥에서 성장한 뒤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바 있다. 코스닥이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코스피로 옮긴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의 매력 저하와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기대감만으로는 국내 증시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 자금을 충분히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본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천스닥 정책 추진과 연기금의 코스닥 대량 매수는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핵심 변수는 영업이익의 증가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과 제도 개선과 함께 실적 개선이 동반될 때 코스닥 활성화가 보다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향후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구체적 내용과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 상장 일정, 에코프로비엠의 향후 행보가 코스닥 지수와 투자심리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당국은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 회복과 성장성 제고를 목표로 코스닥과 코스피 간 균형 있는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