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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숫자를 고르는 손끝”…로또, 일상이 된 작은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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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숫자를 고르는 손끝”…로또, 일상이 된 작은 설렘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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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또 당첨번호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빈틈을 메우는 한 번의 시도쯤 여겨졌지만, 지금은 주말 일상을 채우는 설렘의 의식이 됐다.

 

9월 20일, 제1190회 로또 추첨 번호는 7, 9, 19, 23, 26, 45, 보너스 33번이었다. 누적 1등 당첨자가 9800명을 넘어섰을 만큼 로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연결돼 있다. 친구와 주고받는 번호 예측, 가족끼리의 소소한 농담, 당첨결과를 확인할 때의 순간적인 긴장감까지… 일상 속 작은 놀이이자 기대가 돼 버렸다.

제1190회 로또당첨번호
제1190회 로또당첨번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1190회차까지 로또 총 판매금액이 83조 5천억 원을 돌파했고, 누적 1등 당첨금액만도 19조 원에 이른다. 복권 위의 숫자는 그저 우연 같지만, 통계에는 나름의 흐름도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등장한 1위 번호는 34번(203회), 그 뒤를 12, 27, 13, 33, 17번 등이 이어간다. 지난 20년간 몇 번이나 손끝에 눌리며 누군가의 희망이 되었는지, 작고 선명한 기록들이 쌓였다.

 

“로또의 본질은 기대와 상상의 힘에 있어요.” 트렌드 칼럼니스트 서동민 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복권 한 장에 담겨 있는 건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일에 대한 소시민의 소망과 행복 드림이다. “당첨보다 중요한 건 그 시간 자체에 있죠. 한 주를 달려온 나만의 작은 위로라고 할까요.” 누군가는 2천 원이 아깝지 않다며 미소 짓는다.

 

커뮤니티마다 ‘오늘 로또 샀다’ 인증 글이 줄을 잇고, SNS에서 행운 번호를 공유하는 문화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만큼 누군가는 “이젠 토요일 저녁엔 로또 확인이 루틴이 됐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혹시나’ 하는 마음, 그리고 당첨 결과를 확인하는 짧은 두근거림– 그 경험마저 하나의 유희가 됐다.

 

어떤 이에게 로또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작은 이벤트다. “불확실한 인생에서 내가 상상만 할 수 있는 행복을 미리 누려보는 일”이라는 누리꾼의 고백처럼, 로또는 현실과 꿈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다. 매회같이 찾아오는 주말 저녁의 설렘, 변함없는 의식이 또 한 주의 평범한 삶을 지탱한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번호가 행운일까’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힘과 내일의 가능성을 다시 떠올린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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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당첨번호#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