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사업 재개 신호탄에 출렁인 산업계”…개성공단·금강산 기업들 신중한 기대→지속설득 요구 커져
남북 화해의 가능성이 다시금 사회를 관통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산업계와 증시 일각에선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의 낮은 불씨가 깜박이고 있다. 오랜 얼어붙었던 남북 경협 사업의 재개 신호가 언뜻 감지되지만, 과거의 상처를 담은 기업들은 신중한 기대와 함께 조심스러운 관망을 이어간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2016년 뜻하지 않은 퇴거 이래, 시린 바람이 스치는 공단 소식을 오직 뉴스로만 전해 들을 수 있을 뿐이라 전한다.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파괴된 순간 이후, 공장 내부 사정은 날마다 안갯속이다. 지원 역할을 담당해온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마저 지난해 해산되고, 간신히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업무가 넘어간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지구에서는 남측의 마지막 남은 시설마저 북한이 모두 철거하고 있다는 점이 정부를 통해 확인됐다.

실제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참여하던 기업들은 오랜 중단 기간 끝에 사업의 아픔을 고스란히 회계장부에 기록했다. 신원은 개성공단 사업비 257억원을, 쿠쿠홀딩스와 아난티 역시 각각 개성법인, 금강산 사업비와 관련한 유형자산을 대규모 손실로 처리했고, 정부의 경협보험금과 피해지원금으로 그 일부만을 보상받았다. 기업들은 “쫓겨나듯 빠르게 철수하다 보니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기업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상황이 당장 변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남북 경협의 장점인 노동력과 동일한 언어, 소통의 유연성을 언급하며 언제든 활성화된다면 즉각적 참여를 준비할 의향을 내비쳤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은 “북한 노동자들의 성실함과 손재주, 그리고 의사소통의 강점을 생각하면, 사업이 재개된다면 시설 재단장과 투자 재개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 역시 “손상 처리한 사업비도 언제든 환입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들은 “북한 내 기계 반출 소문, 시설 무단 가동 가능성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만 언제나 떠돈 채로, 지금으로선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남북 경협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도적 설득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를 강조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과거의 여러 사례를 돌아보면, 북한의 기조 변화는 우리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와 설득에서 비롯됐다”며 끊임없는 노력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남북 경제협력의 불씨를 되살릴 정책 드라마의 막이 조심스럽게 오르는 듯하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기업과 시장은 여전히 지난날의 그림자를 곱씹으며, 변화의 조짐이 현실로 이어지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기조에 맞춰 산업계 실무 대화, 기업 피해 보존 방안 등을 신중히 검토하며, 경협 재개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한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