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파고에 유로·위안 확대”…무역업계 결제 판도 변화→국제 통화 질서 어디로
국경을 넘어 흐르는 무역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한때 국제시장을 좌우하던 달러의 위상에 미묘한 흔들림이 포착되는 6월, 글로벌 현장에는 믿음의 화폐가 변화하는 조짐이 완연하다. 회색빛 금융가를 감도는 긴장감은 단지 통화 숫자의 변동만이 아니라, 국제 경제 질서의 새로운 판을 예고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연초 대비 9% 가까이 급락하는 격랑 속에서, 주요국 무역업체들은 결제 수단의 무게추를 유로와 위안, 페소 등 대안 통화로 점차 옮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각국 수출기업이 더는 달러를 절대적 결제 화폐로 바라보지 않고, 미국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유로화와 위안화로 대금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의 한 목재 수입업체는 유럽산 목재 결제 시 유로로 환전해 2% 할인 혜택을 누리며, 가정용품·식품업계까지도 중국, 이탈리아 업체와 새로운 통화 조건을 협상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에서 남미에 이르기까지 유로와 위안 선택의 흐름이 거세지는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강화,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기조, 그리고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저하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무역의 중심축이었던 달러가치 하락은 자금 조달 시장에도 파문을 던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미 국채가 3월 말 이후 줄어든 65조 4천억 원, 각국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매도 행렬은 시대의 변곡점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주지하고 있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심판의 날”이라며 경고했고, 폴 튜더 존스 역시 1년 내 10% 추가 하락을 언급한다. 점진적 달러 하락은 해외 자금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의 통화가치 폭락 우려로도 번진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국제 금융 질서의 구성원에게 새로운 기회를 암시한다.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글로벌 유로의 기회”라며 유럽의 역할을 천명했고, 중국 인민은행장 판궁성은 주요 통화 간 균형과 경쟁이 본격적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글로벌 자산 운용 전략과 공급망 변화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맥킨지의 밥 스턴펠스 회장은 “미국 외 지역에서의 사업 기회 검토가 현실”이라며, 미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이 새로운 변수임을 지적했다.
무역업체와 자산운용사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앞에 서 있다. 미국 달러 자산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질적이지 않은 새 질서 속에서, 시장은 미국 정책 방향과 국제 통화질서 변화, 그리고 안전자산의 옛 울림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화폐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