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은퇴에 뜨거운 각성”…김광현, MLB 동갑내기 존경→황혼기 각오 전했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정적 속, 김광현에게서 묵직한 감정의 결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메이저리그의 상징이던 동갑내기 레전드, 클레이턴 커쇼의 은퇴 소식은 김광현에게 특별한 자극이었다. 18년 동안 마운드를 지킨 커쇼는 사이영상 3회, 통산 222승 96패, 평균자책점 2.54, 3천45탈삼진을 남겼고, 월드시리즈 우승의 영광까지 안으며 모든 투수의 꿈을 상징했다.
김광현은 “특히 같은 왼손 투수로서 커쇼의 기복 없는 변신과 마지막 무대는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는 내 소망을 한층 또렷하게 했다”고 밝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시절 직접 맞붙지는 못했지만, 현지에서 커쇼의 존재감을 지켜보며 선수로서 다시금 동기를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커쇼의 453경기, 2천849이닝 동안 이어온 꾸준함과,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의 드라마는 김광현에게도 감탄의 대상이었다. 특히 커쇼의 포스트시즌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를 언급하며 “마침내 우승의 한을 푼 게 극적이고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그 커쇼마저 은퇴의 자리에서 “당연하게 여겨진 무게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회고한 점 역시 김광현의 마음에 깊이 남았다.
국내 무대에서 김광현의 궤적도 빛났다. 2007년 데뷔 이후 KBO리그에서 다승왕 2회, 탈삼진왕과 평균자책점 1위, 2008년 정규시즌 MVP 등 화려한 기록을 쌓았다. 179승 107패, 2천10탈삼진이라는 통산 기록은 5회 우승,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이라는 굵직한 팀 성과와 나란히 했다. 김광현은 “훌륭한 동료, 선배들과 같은 시대를 뛰어 복 받은 선수였다”는 말로 그 시간을 정리했다.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그는 은퇴를 둘러싼 속마음도 솔직히 드러냈다. 김광현은 “과거엔 선배들 은퇴식의 눈물을 이해 못했지만, 추신수·김강민·조용호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먹먹했다. 웃으며 은퇴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없다”는 진솔한 심경을 내비쳤다.
현역으로서의 존재 의미도 짚었다. 최근 몇 년간 ‘KK 위닝플랜’, ‘KK 마일스톤’ 등 후배와 팬들을 향한 프로젝트, 꿈나무들을 위한 선물과 행사에 앞장서며 야구계에 잔잔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김광현은 “전성기 모습은 다시 오기 어렵다. 그러나 팀에 보탬이 되는 순간까지,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때까지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며 자신의 은퇴 기준을 밝혔다.
류현진과의 비교 역시 겸허하게 이었다. “류현진 선배는 너무 대단한 존재다”라고 말하며, 동시대 동료들과 경쟁이 선수로서 견고한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다가올 한화와 SSG의 맞대결을 염두에 두며 “현진이 형도 잘해주고 있으니, 나 역시 SSG와 함께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을 햇살과 함께 찾아오는 선수 인생의 황혼, 김광현은 달라지는 자신을 차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앞으로의 야구가 더 깊은 의미가 될 것임을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SSG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이 보여줄 내일과, 그가 남길 새로운 발자취는 앞으로도 팬들의 마음 한 켠에서 오래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