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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도 조용히 걷는다”…성주에서 만나는 숲과 문화유산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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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도 조용히 걷는다”…성주에서 만나는 숲과 문화유산의 온기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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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리거나 비 오는 날, 조용한 문화유산과 숲길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멀리 가지 않아도 성주에서는 흐린 하늘 밑 쉼표 같은 여행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듯 낯선 고분과 왕버들, 바람이 머무는 서원과 사찰이 거기 있다.

 

성주에는 오늘 낮 최고기온이 30.5도, 체감온도 32.5도의 더위와 함께, 70%가 넘는 강수 확률이 예보됐다. 습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미세먼지와 자외선 걱정 없이 실내외를 넘나들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준비성 좋은 여행자들은 우산을 챙기고, 도시 곁의 성밖숲부터 한적하게 산책에 나선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성주한개마을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성주한개마을

성밖숲은 도심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온통 왕버들 그늘에 둘러싸여 흐린 날엔 오히려 서늘함이 돌고, 군락지 한가운데서 여름 특유의 무거운 숨도 한결 가벼워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 한가운데선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비가 와도 숲길을 걷는 건 오히려 더 운치 있어요.”라는 현지인의 말처럼, 무심코 걷는 산책에도 특별함이 더해진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가야 고분 유적이 남아 있는 성산동 고분군 전시관이 좋은 선택지다. 가야의 무덤 구조부터 당시의 생활 유물이 자세히 소개돼,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지루함이 없다. 전시장이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폭우가 내려도 편안히 천년의 시간을 거닐 수 있다.

 

소란한 여행지가 부담스럽다면, 조선시대 유학과 선비의 숨결이 남은 회연서원을 들러볼 만하다. 한옥 처마 밑 빗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한 정원과 서원의 풍경을 오롯이 감상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런 날씨에 오히려 평온함이 느껴져서 일부러 찾는다.”고 표현한 30대 여행자의 말이 공감을 산다.

 

숨은 명소로 꼽히는 심원사도 빼놓을 수 없다. 비 오는 날엔 절집을 둘러싼 숲길이 더욱 깊고, 절터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이 완만해 짧은 산책에 나서거나 명상으로 마음을 다잡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비에 젖은 날씨가 오히려 여유로운 여행의 변주가 되고, 도시를 벗어난 숲과 문화유산이 일상에 잔잔한 쉼표가 돼준다. 소란을 피해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느린 여정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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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성밖숲#회연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