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위원회 전면 도입”…이진숙, 방송3법에 경영권 우려 확산
방송3법에 명시된 편성위원회 제도가 방송사 경영 구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꾸려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전권에 가까운 영향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경영진의 권한 약화 논란이 뜨겁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법이 ‘노조 경영 참여’ 모델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사에 취재, 보도, 제작, 편성 등 4대 부문 대표로 노사 각 5명씩을 편성위원회로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편성위원회는 프로그램 편성 책임자 선임에 대한 제청권을 비롯해 편성규약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심의·의결 권한을 가진다. 핵심은 노조가 편성위원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영진이 주요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노조와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구조가 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편성위원회라는 무소불위 조직이 경영진의 고유 권한인 인사와 예산 결정권 가운데 특히 인사권까지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장이 지명한 편성책임자가 노조의 거부권에 부딪히면 임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실질적으로 노조가 경영 대표부로 승격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적용 대상은 일부 공영방송뿐 아니라 일반 민영방송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종래 단일 책임경영 체제가 노사 동수 결정구조로 대체돼, 경영상 의사 결정의 유연성과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선진국 중 노조 대표가 실질적 결정권을 갖는 편성위원회를 법으로 의무화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논란이 두드러진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편성 또는 인사 관련 노사 대표 동수 위원회 운영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 방송3법은 이러한 전례가 없는 권한 구조를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영시장에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와 차별성을 보인다.
제도적 관점에서는, 개정 방송법 부칙에 따라 3개월 안에 KBS 이사를 새로 선임하고, 이르면 사장 교체까지 논의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편성위원회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프로그램 품질·독립성,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AI 기반 서비스 등 급변하는 미디어·IT 산업 환경에서 현장 자율성과 전문성, 경영 효율성 균형 잡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한다. 산업계는 실제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