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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래지 않는 오팔 구조”…UNIST, 고분자 입자 합성 파장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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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 보석의 빛을 모방한 고분자 입자 합성 기술이 차세대 융합소재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연구원(UNIST) 구강희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화학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구적으로 선명한 색을 내는 나노 구조 기반 고분자 입자인 ‘역오팔 구조’에 활용돼, 디스플레이·화장품·보안 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파급력이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구조색 기반 기능성 소재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연구팀은 선형 블록공중합체를 활용, 입자 내부에 수백 나노미터 크기 구멍들이 3차원적으로 배열된 ‘역오팔 구조’의 고분자 미세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오팔 내부의 실리카 구슬 구조와 반대되는 원리로, 외부에서 볼 때 단일하고 선명한 색을 각도에 상관없이 구현할 수 있다. 학계에서 고분자 입자 내부에 수백 배 작은 나노 구멍을 정교하게 배열하는 것은 난제로 꼽혔으나, 연구팀은 계면과학 원리를 접목시켜 이를 해결했다. 즉, 분산 공정에서 유기 용매 증발 과정의 ‘계면 불안정화’를 이용해 물방울을 내부로 침투시키고, 증발 뒤 나노 공극으로 유지시키는 혁신적 기술이다.

특히 이 구조색 입자들은 천연 오팔 대비 단색 구현력이 뛰어나며, 염료를 사용하지 않아 바램이나 열화 우려가 없다. 계면활성제 조절, 분자량 미세 조정 등을 통해 다양한 색상 튜닝이 가능해 화장품의 지속색 소재, 보안 잉크, 기능성 코팅,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학 소재 등으로 적용 범위가 커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입자를 하이드로겔에 분산시켜 광학 잉크와 인쇄 패턴 제작까지 실증해, 산업적 활용성도 확인했다.

 

국내외 경쟁기업 및 연구진 사이에서는 구조색 기반 소재 시장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중국 등에서도 인공 구조색 입자 개발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UNIST 기술은 물리·화학 최소 처리로 대량생산 및 색상 구현의 유연성을 제시해 상용화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 관련 분야는 식품·화장품·디스플레이 각 산업별 인증·표준 규제와 특허 이슈가 산재해 있다.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 아래 안전성 검증, 향후 환경영향 평가 등 단계가 남아 있다. 윤리적·산업적 책임을 고려한 연구 지속이 강조된다.

 

구강희 교수는 “선형 블록공중합체가 단순하면서도 기능적 구조색 소재 구현에 적합하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광학·보안·디스플레이 등 융합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오팔 구조 소재가 실제 적용될 기술적·규제적 진입장벽을 넘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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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구강희#역오팔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