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 역전 허용”…최혜진, LPGA 마이어 클래식 단독 2위→첫 우승 아쉽게 놓쳐
순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그린 위를 가로질렀다. 순위표 맨 꼭대기를 수없이 오갔던 경쟁, 그리고 마지막 두 홀에서 펼쳐진 손끝 승부에 마지막까지 숨을 죽였다. 홀을 맞은 공이 고요를 깨뜨릴 때, 팬들은 다시 한 번 최혜진의 다음 도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마이어 클래식이 16일 미국 미시간주 벨몬트 블라이더필즈 컨트리클럽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혜진은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우승 문턱에 바짝 다가섰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최혜진은 선두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는 2, 3라운드 공동 선두를 달리며 장악해 가던 최혜진의 고군분투가 도드라졌다. 16번 홀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으나, 17번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벗어나 위기를 맞았다. 동반 플레이어인 시간다는 날카로운 두 번째 샷으로 홀 바로 옆에 볼을 붙이며 압박을 가했고, 최혜진 역시 어려운 라이나에서 세 번째 샷을 약 1.5미터 거리에 붙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파 퍼트가 홀을 맞고 아깝게 튕겨 나가면서, 버디를 잡은 시간다에게 역전을 내주고 말았다. 18번 홀에서도 반전은 연출되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버디를 나눠가져 최혜진은 1타 차로 아쉽게 우승 기회와 마주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최혜진은 “아쉬움이 남지만, 시즌 처음으로 우승 경쟁을 펼쳤다는 의미가 크다. 더 단단해져 돌아오겠다”며 의미를 남겼다. 참가 선수들의 긴장과 노력 속에 우승을 차지한 카를로타 시간다는 2016년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8년 7개월 만에 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2016년 마이어 클래식 연장에서 김세영에게 패했던 기억 역시 약 9년 만에 완전히 털어내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또한 이날 이소미는 버디 8개, 보기 1개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 단독 3위라는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LPGA 정상 문턱에서 또 한 번 멈춘 최혜진이 메이저 준우승의 기억을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투어 12승을 노리던 렉시 톰프슨은 최종 13언더파 275타, 공동 4위에 자리했다.
또 한 번의 여운, 그리고 이른 여름밤을 가득 채운 응원의 박수. LPGA 투어는 19일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며, 최혜진과 팬들의 기대가 다시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