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3승 쾌거”…이민지, PGA 챔피언십 우승→명예의 전당 정조준
잔잔한 미소의 이면엔 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있었다. 거센 바람과 빠른 그린, 수십 미터를 오가는 갤러리의 눈빛 속에서도 이민지는 늘 평온한 표정을 지키며 그 표정 뒤의 의지를 감췄다. 바람 한 점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할리 컨트리클럽에서, 수차례의 내면적 싸움을 마다하지 않은 하루였다.
23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이민지는 4타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고, 마침내 3타차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 첫 메이저 제패와 함께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우승. 기록 너머에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커다란 목표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초반 6홀에서 3타를 잃으며 불안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이민지는 자신의 플레이를 지켜냈다. 경기 종료 후 그는 "오늘은 인내심의 하루였다"며, 샷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리더보드를 불안하게 올려다보며, 한 번도 멈추지 않는 심장 박동을 느꼈던 우승자의 솔직함도 전했다.
이민지의 우승에는 '퍼터 교체'라는 의미있는 변화가 깃들여 있다. 브룸스틱 퍼터로의 전환을 통해 불확실했던 손동작은 줄고, 자신감이 되돌아왔다. 그는 "처음엔 의심도 있었지만, 효과를 봤다. 자신감을 되찾은 우승"이라며, 이번 챔피언십이 자신에게는 '회복'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의 현장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이민지는 "부모님 앞에서 우승해 더 특별하다"며 가족의 존재를 남다르게 새겼다. 자유분방한 동생 이민우와는 달리, 루틴과 안정을 중시하는 자신을 돌아봤다. 서로 다른 에너지 속에서 가족은 늘 곁에 서 있었다.
이민지는 새로운 시즌 목표로 '에비앙 챔피언십'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언급했다. 명예의 전당 등재의 문턱에 다가선 순간, 그는 한 걸음씩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시즌 후반 레이스와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 이민지는 또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늘 바람은 불고, 그린은 흔들렸지만, 선수의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민지의 고요한 표정 안에서 우직하게 쌓아올린 한 뼘의 신뢰가 이번 승리를 빚어냈다. 서사와 기록, 감정과 목표가 겹쳐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