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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달리는 가을의 곡성”…섬진강 따라 추억 쌓는 계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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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달리는 가을의 곡성”…섬진강 따라 추억 쌓는 계절 여행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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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가을은 특별하다. 늦더위가 물러가지 않은 날씨에도, 기차가 달리는 이 지역에는 계절 변화의 낭만이 한껏 느껴진다. 요즘 곡성으로 떠나는 가족과 연인들이 부쩍 늘었다.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기찻길, 초콜릿 내음이 감도는 작은 박물관, 고즈넉한 산사의 산책까지—사소한 여정에 삶의 속도가 잠시 느려진다.

 

곡성의 대표 명소는 단연 섬진강기차마을이다. 옛 전라선 철길을 따라 조성된 이 테마파크는 증기기관 열차가 여전히 섬진강을 따라 달린다. 방문객들은 기차 커튼 틈 사이로 흘러가는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조금 색다른 체험을 원한다면 레일바이크가 기다린다. 철길 위를 천천히 달리며, 자연과 나란히 호흡하는 한나절이 가능하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곡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곡성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곡성군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섬진강기차마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계절별로 장미공원에는 각양각색 꽃들이 피어나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가을철에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함과 이색적인 테마를 모두 추구하는 가족 단위 여행객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곡성 곳곳에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기차마을 안에 위치한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 곡성지점에서는 카카오의 역사를 배우고, 나만의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특별한 경험이 이어진다. 아이들에게는 오감을 깨우는 탐구의 공간이고, 어른에게는 단맛이 깃든 추억의 한 조각이다. 한 가족 여행객은 “접근성도 좋고, 도시에서 찾기 힘든 분위기라서 일부러 곡성을 찾았다”며 만족을 표현했다.

 

이 지역의 정취는 도림사의 산책에서 한층 더 깊어진다. 동악산 자락,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전통 사찰은 오래된 시간과 울창한 숲, 계곡이 어우러져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도림사 괘불 등 국가유산도 곳곳에 남아 있어 조용한 가을날 소소한 명상에 잠기기 제격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증기기관차를 아이와 함께 타니 어릴 적 소풍 온 기분”, “산사 풍경과 가을빛이 너무 예뻐 사진도 많이 남겼다”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곡성만의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곡성에서의 하루는 그리 크지 않은 이동과 반복 속에도 소중한 감정의 변화를 남긴다. 계절의 온기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미처 놓치고 있던 속도와 감각을 천천히 되살려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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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섬진강기차마을#도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