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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무더운 고성, 공룡과 정원 사이”…비 오는 날씨 속 실내·자연 명소 찾는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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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무더운 고성, 공룡과 정원 사이”…비 오는 날씨 속 실내·자연 명소 찾는 발길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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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성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선 ‘날씨 예보 체크’가 일상이 됐다. 예전엔 무조건 바다로 향했다면, 이제는 흐리고 무더운 날씨에 발맞춰 실내 명소와 자연이 서로 어우러진 여행이 뜨고 있다. 사소한 선택 같지만, 그 하루의 동선에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이 느껴진다.

 

경남 고성의 4일 오후는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습도 88%. 오후엔 강수확률 90%로 비가 올 확률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 휴가는 편하게 실내 박물관부터 가볼까”라는 대화가 가족, 연인, 친구들 사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실제로 SNS에는 우산과 함께 박물관 인증 사진, 비 내리는 정원 길에서 찻잔을 든 모습 등이 속속 공유된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족암군립공원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족암군립공원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비 예보가 있는 날 실내형 테마관광지 검색량이 20% 가까이 늘었다. 고성공룡박물관처럼 대형 디지털 체험관을 갖춘 시설이 대표적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형 공룡이나 가상현실 체험이 체감상 훨씬 풍성해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실외 활동을 고집하던 MZ세대 역시 “빗소리 들으며 조용한 만화방초 정원에서 힐링한다”며 자연 속 온전한 쉼의 가치를 고백했다. 그렇기에 기상청이나 행정안전부도 반복적으로 “침수·낙석 위험 대비, 저지대 접근 금지, 실내 일정 조정”을 권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날씨 맞춤 여행 플래닝’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박유진씨는 “과거엔 여행지가 일순위였다면, 이제는 여행의 방식과 안전,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의 감도가 더 중요해졌다. 다양한 테마가 결합된 고성은 날씨 변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여정의 유연성을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박물관에서 폭우 소리 들으며 아이랑 둘이 도란도란”, “정원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비 오는 바닷가 산책은 조금 위험하지만, 굳이 밖에 나서지 않아도 즐길 곳이 많다”는 식이다. ‘비 맞은 하루도 결코 심심하지 않았다’는 후기가 늘어난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 안전에 대한 재인식, 쉼을 향한 감각이 모두 깃들었다. 지금의 고성 여행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무심코 지나쳤던 하루의 감도를 바꾸는 작은 리듬이 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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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공룡박물관#상족암군립공원#만화방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