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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장서 직접 생산”…셀트리온, 릴리 설비 인수로 관세 장벽 넘는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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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미국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뉴저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한층 입체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거래는 2024년 6월 기준 약 4600억원 규모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셀트리온은 국내 업체 최초로 미국 현지 공장에서 자체 개발 의약품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바이오 수출기업의 현지화 경쟁’과 ‘관세·공급망 리스크 해소’의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이번 M&A는 셀트리온이 2024년 5월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공장 인수 계약의 연장선이다. 인수를 통해 셀트리온은 우선 미국에서 발생하던 의약품 관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상품에는 수입 관세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에 직접 대응할 수 있다. 이 구조는 미리 재고를 보내두거나 현지 위탁생산(CMO)을 활용해 온 기존 방식에 비해 더욱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생산·물류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된다. 미국 내 생산 거점 보유는 단순히 관세뿐만 아니라 원가 개선, 물류·운송비 절감 등 체계적인 비용 관리 효과를 제공한다. 특히 단백질 기반 바이오의약품은 콜드체인(저온유통) 비용이 높은데, 미국 내 현지 제조는 배송 거리가 단축돼 비용 절감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가격경쟁에 유리한 약가 전략과 동시에 리베이트가 합법적인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춘 유연한 마케팅 정책까지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셀트리온의 이번 행보는 국내 바이오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 진출한 삼성, 현대, LG 등 전통 제조기업 사례처럼, 바이오 업체 역시 현지화 전략 없이는 산업 규모 확대와 안정적 성장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내 생산시설 보유는 현지 의사와 환자,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신뢰도 상승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셀트리온 역시 현지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기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전망한다.

 

경쟁 구도에서는 현지 공장 미보유 경쟁사가 미국 수출 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셀트리온이 가격·공급 측면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환경 변화에 따른 약가 상승 리스크에 덜 노출되며, 향후 미국에서 신규 출시하는 바이오의약품 역시 이점을 이어갈 수 있다.

 

미국 FDA 등 현지 규제 환경에 발맞춰 일원화된 개발-생산-판매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상용화의 걸림돌이던 공급망 제약, 품질 인증, 가격 정책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미국 생산시설 직접 확보는 경쟁력 제고의 결정적 변곡점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등 대외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이 셀트리온의 최대 강점이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 체제 안착 이후 미국과 유럽 시장 모두에서 상승 여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셀트리온의 이번 현지화 전략이 향후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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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일라이릴리#미국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