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섬, 색의 파도에 기대다”…발리 사원과 해변에서 찾은 여름의 쉼과 발견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돌아보는 일이었다. 최근 발리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곳의 바다와 사원은 익숙한 일상과 거리 두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특별한 여름을 선사한다.
짐바란 비치에선 저녁마다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해산물 요리를 음미하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변 레스토랑 테이블마다 촉촉한 바람과 파도 소리가 가득하다. SNS에는 로맨틱한 ‘노을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오고, 지친 여행객들도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고 고백한다.

절벽 끝에 대담하게 자리 잡은 울루와투 사원에서는 해 질 녘 케착 댄스 공연이 열린다. 해안 절벽 위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전통과 신비로움이 여행자의 마음과 맞닿는다. 따나난의 따나롯 사원은 썰물과 밀물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하루 두 번의 감동’을 남긴다. 특히 해가 바다에 닿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잠시 말을 잃었다”는 댓글을 남긴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리를 찾은 외국인 여행객 중 30% 이상이 사원 체험과 명상, 정화 의식을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자연과 문화, 영성이 어우러진 경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몽키 포레스트처럼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숲길을 걷거나, 띠르따 엠풀 사원에서 샘물에 몸을 담그며 ‘나를 비우는’ 시간을 택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홍경아 여행칼럼니스트는 “요즘 발리 여행의 본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화와 자연, 사람 사이의 조용한 교감에 있다”고 해석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천국의 문’으로 유명한 렘푸양 사원 앞에서 각자의 바람을 사진에 담는 모습이 이어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여행자의 감상도 적지 않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발리의 바람과 빛, 해변의 냄새까지 그립다”, “여행이 끝나도 마음은 아직도 따나롯 사원에 머물러 있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누군가는 “성수기라 북적였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고요한 위로를 받았다”고 적는다. 취향과 목적은 달라도, 돌아온 사람마다 “발리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풍경보다 그 안에서 달라진 내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익숙함을 벗어나는 발리의 여름.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날의 노을과 바람, 그리고 그때의 나 자신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