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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통신사 더비 세계 무대로”…T1·KT 롤드컵 결승 격돌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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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산업이 또 한 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T1과 KT 롤스터가 2025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나란히 올랐다. 전통적인 ‘통신사 더비’ 라이벌전이 국제 무대 결승으로 확장되며, 업계는 이번 대결을 한국 e스포츠의 상징성과 세계 시장 파급력을 동시에 증명하는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양팀의 전략과 과학적 경기 분석 시스템 활용 사례도 e스포츠 데이터 산업의 진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두 팀은 9일 오후 4시 중국 청두에서 2025년 월즈 결승전을 치른다. ‘롤드컵’으로 더 잘 알려진 월드 챔피언십은 각 지역 리그 최고 실력 팀만이 진출하는 글로벌 무대다. 우승팀에게는 ‘월드 챔피언’ 타이틀이 주어진다. T1은 이번 대회를 통해 3년 연속 정상 등극이란 전무후무한 금자탑에 도전하고 있다. 팀의 핵심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은 개인 커리어 6회 우승 기록 경신 기로에 섰다. T1은 대회 과정에서 여러 차례 탈락 위기를 극복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스위스 스테이지에서는 나흘간 5전 3선승제를 통해 8강에 올랐다. 이후 LPL(중국) 강팀들을 연달아 꺾는 과정에서 동료 ‘구마유시’ 이민형과 함께 극적인 반전을 이끌었다. 특히 AI를 활용한 상대 전략 분석, 실시간 데이터 피드백 등 첨단 IT 기술 도입이 전력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KT 롤스터는 팀 창단 13년 만에 롤드컵 결승 진출 새 역사를 썼다. 전략적 밴픽 시스템, 선수 심리 데이터 관리 등의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LCK 3시드임에도 불구하고 조별 리그(스위스 스테이지)에서 3승 무패를 기록했다. 8강 이후에는 아시아권 강팀들을 압도하고, 특히 4강에서 우승 후보 젠지를 격파하며 업셋 신화를 만들었다. 팀의 ‘비디디’ 곽보성이 경기의 중심을 이끌었다. DRX의 2022년 우승 당시처럼 ‘언더독의 반란’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T1과 KT가 각각 SK텔레콤과 KT를 모회사로 둔 최초의 옛 e스포츠 명문 구단이란 상징성이 크다. 프로게임단의 탄생과 성장, 선수 관리, 경기 데이터 분석 등 모든 과정에 첨단 ICT 인프라가 결합된 점이 기존 프로스포츠 구단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경기 리플레이 분석, 인공지능 기반 밴픽 예측, 경기 템포 리포팅 등은 글로벌 e스포츠 시장 전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LoL을 둘러싼 e스포츠 산업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다. 북미, 중국, 유럽 주요 팀들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빅데이터 및 AI 코칭 시스템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T1은 기존 동남아·중국 구단들과의 전적 분석 기술, 선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통합·활용하면서 경기 승률을 안정적으로 높여왔다. KT 역시 국내외 데이터 분석 기업과 제휴해 선수별 대응 전략 고도화에 나서는 등 디지털 스포츠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제도 환경도 신속하게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활성화 정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으며, 데이터 규제 및 선수 보호 가이드라인 등도 산업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 e스포츠 연맹(IESF) 등 글로벌 단체들도 경기 데이터의 공정 이용, AI 보조기술의 윤리 적용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e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은 “이번 통신사 더비 결승이 데이터·AI 기반 스포츠 산업의 혁신 실험장이자 e스포츠 한류 확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한다. 산업계는 두 팀의 데이터 중심 전략이 실제 시장 판도를 바꿀지, 국내 기업들의 IT·바이오 융합 역량이 글로벌 e스포츠 표준으로 확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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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kt#롤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