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방치된 MDL 표지판”…국방부, 북한군 침범 잇단 긴장에 남북회담 긴급 제안
경계 표지판 손상 문제로 군사적 갈등이 표면화됐다. 국방부가 북한군의 잦은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경계선 모호성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남북 군사회담을 11월 17일 전격 제안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반세기 넘게 방치된 MDL 표지판으로 인해 현장 긴장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MDL 표지판은 1953년 정전협정 직후 남북 간 군사경계선 인식 통일을 위해 1천200여개가 전방 250㎞ 라인을 따라 설치됐다. 하지만 1973년 유엔사령부의 보수작업 중 북한군의 총격이 발생한 이후, 모든 보수가 중단됐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이 훼손되거나 사라진 채 200여개만 식별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50여년간 방치된 표지판이 숲과 풀에 가려 식별이 어렵고, 폭우 등으로 유실되는 등 손상도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 군은 2004년부터 미국 국립지리정보국과의 협력으로 지도상 지형 보정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표지판이 없는 구역에서는 지도상 좌표에 의존하고, 북한은 자체 경계선을 임의로 적용하며 인식 차가 커져 우발적 충돌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북측 역시 문재인 정부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MDL 일대에 전술도로, 철책, 지뢰 매설 등 군사적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이 MDL 인근에서 작업 중 남하하는 사건도 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군의 MDL 침범 사례는 10회 미만이었으나, 올해 들어 10회를 상회하는 등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 8월 19일 30여명의 북한군이 MDL 이남으로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물러서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은 MDL 표지판 문제의 장기 방치가 남북 현장 대립을 악화시킨 구조적 원인임을 지적한다. 남북이 입건별로 각기 다른 경계 인식에 따른 충돌을 되풀이하면서, 실제 오판 및 긴장 고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 제안을 통해 "남북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군사 긴장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방장관회담은 총 2회, 장성급회담 10회, 군사실무회담 40회가 진행됐으나 마지막 남북 군사회담은 2018년 10월 이후 중단돼 있다. 2019년에도 한국 정부가 북한 측에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식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은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군사적 우발 사태 방지를 위해 표지판 문제와 MDL 경계선 논의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는 남북 대화 채널 복원에 이번 회담이 마중물이 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