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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로더, ‘립스틱 지수’ 창안 뒤안길로”…에스티로더 명예회장 타계→글로벌 화장품계 여운
사회

“레너드 로더, ‘립스틱 지수’ 창안 뒤안길로”…에스티로더 명예회장 타계→글로벌 화장품계 여운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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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퇴장은 세계 화장품 업계에 길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에스티로더 명예회장’ 레너드 로더가 92세의 생을 마감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 15일, 가족들의 배웅 속에서 세상을 떠난 그는 향년 92세였다.

 

레너드 로더는 부모가 설립한 에스티로더라는 작은 기업에 발을 들였다. 그가 합류한 당시 회사의 연매출은 80만 달러를 밑돌았지만, 수십 년간의 경영 끝에 이 수치는 73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는 단순히 기업을 키운 경영자에 머무르지 않았다. 맥 코스메틱, 톰 포드 뷰티, 보비 브라운, 조 말론 런던, 클리니크 등 화장품 산업을 이끄는 유명 브랜드의 탄생과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했다. 이미 2009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손길은 에스티로더를 세계 유수의 화장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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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레너드 로더는 ‘립스틱 지수’라는 경제적 통찰을 세상에 내놓았다. 경기 침체기마다 립스틱 판매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에 주목한 그는, 이 분석을 통해 불확실성 시대 소비행태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실제로 미국 내 9·11 테러, 대공황 등 경제적 위기 순간마다 립스틱을 비롯한 미용 제품 구매가 늘어난 통계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뉴욕의 대표적인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힌 레너드 로더는 2023년 기준 약 262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인물로도 기록된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부의 축적에 머물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재단을 직접 설립해 자선활동 또한 꾸준히 이어왔다.

 

글로벌 기업의 지도자에서 사회공헌가, 그리고 소비 문화의 트렌드 리더까지. 레너드 로더의 생은 한 인물이 시대와 산업에 남길 수 있는 족적이 어디까지인지를 조용하면서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장품 산업은 그가 남긴 유산 위에서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됐다. 새로운 시도와 감각,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화두가 뒤따라온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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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로더#에스티로더#립스틱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