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 급락·원화 7개월래 최저”…AI 업종 고평가·달러 강세에 금융시장 충격
코스피 지수가 11월 5일 오전 한때 5% 넘게 급락하며 3,900선 아래로 밀렸다. AI(인공지능) 업종의 주가 고평가 논란에 따라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1조2,730억 원 규모 매도에 장중 원/달러 환율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투자자 충격이 증폭됐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7.80포인트(4.80%) 급락한 3,923.94을 기록했다. 장 초반 1.61% 하락 출발 후 낙폭을 빠르게 키우며 3,867.81까지 밀려 3,900선이 무너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2,730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925억 원, 1조1,156억 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증시 충격은 선물시장에서도 번졌다. 오전 9시 46분께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20% 하락(552.80)을 기록,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 이상 변동해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오전 한때 프로그램 매도세가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도 불안하게 움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3.5원으로 출발해 장중 1,449.5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2024년 4월 11일(1,457.2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흐름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이번 급락의 주요 배경에는 AI 업종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이 있다. 뉴욕증시 역시 AI 관련주 부진으로 나스닥지수가 2.04% 급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53%), S&P500(-1.17%) 등 주요 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달러인덱스는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100을 넘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반도체 등 AI 관련 종목의 변동성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AI 관련주 변동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컸던 반도체 업종 중심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10월 말 APEC 개최 시점부터 외국인 차익실현이 시작됐고, 정상회담 등 호재 발표 이후 11월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가속했다”면서 “당국 개입 경계에도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 금 가격과 가상자산도 약세를 보였다. 최근 4,300달러를 돌파했던 금 현물 가격은 4,000달러 아래로 밀렸으며, 중국 금 소매업체의 부가가치세 환급 종료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비트코인도 6월 이후 처음 10만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1비트코인당 가격이 전일 대비 1% 넘게 하락한 1억5천만 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AI 업종에 대한 부담,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종목별 리스크와 환차손을 점검하려는 관망세가 강화되는 기류다.
파장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의 평정은 주요 경제 지표와 연준의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