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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가 발전 차원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덕수 첫 재판서 내란 방조 혐의 맞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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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첫 재판에서 계엄령 선포를 두고 정치적 충돌이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9월 30일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계엄령이 국가 발전 측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특검은 대통령 권한 방치와 위증 등을 집중 추궁했다. 재판 진행 과정, 절차적 쟁점, 주요 증인 출석 일정까지 잇단 논란이 확산됐다.

 

이날 오전 10시 재판에서 재판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조치의 위헌성 여부를 질의했으며, 그는 “시장경제와 국제 신용을 통해 국가가 발전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켜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계엄은 국가 발전을 위한 조치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신원 확인 절차에서 1949년 6월 18일생임을 밝히고, 국민참여 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통해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당시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전달받은 후, 국무회의 절차를 갖추도록 조언했으나 실질적 권한 행사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무회의 의사정족수 확보, 계엄 해제 지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사후 문서 파쇄 제안 등 일련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할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검은 한덕수 전 총리가 2025년 2월 20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 신문에서 비상계엄 문건수령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허위 증언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덕수 변호인단은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한 위증 부분만 인정하지만, 나머지 혐의는 사실무근”이라며 “위증 역시 기억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의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나머지 혐의, 즉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 파쇄 등 모든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당일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핵심 증거조사 방식을 공론화했다. 다만 CCTV 영상이 3급 군사비밀로 분류돼 있어 향후 절차를 추가로 거칠 예정이다. 특검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임을 고려해 관련 증거를 조심스럽게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변호인단은 “여론재판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인신문도 변수로 작용했다. 이날 예정됐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신문은 가족 질병 사유로 불발됐다. 재판부는 2차 공판이 열릴 10월 13일 오전에 CCTV 서면증거 조사와 함께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계엄령을 둘러싼 헌법적 정당성과 대통령 권한 행사범위를 다투는 본격 재판이 예고되면서 정치·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 역시 계엄령 선포의 위법성·정당성, 대통령-총리 책임 분장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다음 공판에서는 논란이 된 CCTV 영상 해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계엄 방조와 위증, 대통령 권한 행사 한계를 둘러싼 논의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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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비상계엄#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