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하락·2,600선 붕괴”…외국인·기관 매도에 코스피·코스닥 동반 약세
오늘 한국 증시는 다시 한번 긴장감에 휩싸였다. 5월 22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2,600선 아래로 밀려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은 어느새 무게감이 내려앉은 듯 전 거래일 대비 33.04포인트, 1.26% 하락해 2,592.54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2,614.66까지 올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이 혹독하게 깊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669억 원, 기관은 2,292억 원을 내다팔다가, 개인만이 5,426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약해진 시장을 슬며시 떠받쳤다. 그러나 파생시장까지 외국인의 매도세가 감도는 가운데,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5,372억 원 규모 매도 우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번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 금융시장에서 불거진 불안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을 둘러싼 재정적자 우려와 20년 만기 국채 입찰 부진은 불안에 역동을 더했다. 미국 주식과 국채, 그리고 달러화가 모두 하락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위험 회피 심리를 공유하게 됐다.
이런 국제 정세의 움직임은 국내 대형주에도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삼성전자는 1.80% 하락했고, SK하이닉스 역시 1.70%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LG화학(051910) 등 이차전지주는 52주 신저가를 썼다. 낙관의 언덕은 갈수록 멀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낮아지자 수출 기업들도 바람 앞의 등불이 됐다. 현대차는 3.09%, 기아는 2.74%, 현대모비스는 1.62% 하락했다. 환율 하락이 수출가격 경쟁력을 갉아먹어, 국내 제조업 강자들에게 부담으로 남았다.
반면, 달러 결제가 주요한 항공주들은 강세 흐름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3.65%, 진에어 0.33%, 에어부산 2.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출주와 항공주의 희비가 교차하는 하루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소식에 개장 직후 상승을 보였으나 곧 약세로 돌아섰고,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역시 고요하게 0.94% 오르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 운송장비, 금속, 화학 부문이 모두 파랗게 물들었다. 의료정밀, 전기·가스, 유통업종이 일부분 밝음을 더했지만, 시장 전반을 뒤덮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역시 같은 하늘 아래 한숨을 토했다. 오전 10시 51분 현재, 1.22% 내린 714.78을 나타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84억 원, 243억 원을 순매도하며 물러났고, 개인 투자자가 1,052억 원을 받아내며 고요한 방파제가 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이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그리고 로봇·바이오기업 중심으로도 약세 흐름이 뚜렷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휴젤, 에이비엘바이오까지 줄지어 내림세 흐름을 이어갔다. 상승 종목은 HLB, 파마리서치 등 일부에 머물렀지만, 오름폭은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정책 변화가 국내 증시를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조정 국면에선 투자자별로 보폭을 좁히고,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반복됐다.
오늘의 흐름은 시장이라는 드넓은 강 위로 내려앉은 안개와도 닮았다. 투자자는 금리와 환율 변화, 미국 정책 기류를 면밀히 관찰하며, 조심스럽게 행로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다음 주 발표될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와 정책 변화가, 이 불투명한 안개를 서서히 걷어내 줄 수 있을지 남은 시장의 시간들이 조용히 대답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