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임박”…이란 강경 대응, 한국 원유·경제 한파 예고→세계 정세 요동
호르무즈 해협의 푸른 바다가 다시 긴장과 불안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이란 의회가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세계 원유의 젖줄이라 불리는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중동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거센 역풍에 노출됐다. 감도는 불확실성은 시시각각 시장과 정부, 산업 현장의 맥박을 두드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2천만 배럴 이상의 석유가 통과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세계 석유 해상 수송량의 4분의 1, 소비량 5분의 1에 달하는 원유가 이 좁은 해협을 거쳐 흐른다. 액화천연가스의 20%도 이 길을 오간다. 아시아의 심장이라 불리는 한국 역시 이 통로의 숨결에 삶과 산업, 물가를 의지한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온다. 바닷길이 닫히는 순간, 한국 에너지 수급과 경제 전반은 깊은 겨울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란 의회의 결의는 마치 화약고의 도화선처럼 세계 정세를 흔들고 있다. 실제 봉쇄까지는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남았지만, 미국의 군사 행위 이후 이란 내부의 강경론은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도 이란은 해협 차단 가능성을 경계해왔으나, 이번에는 미군의 직접적 개입이라는 성격이 달라,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란 정부는 당장 봉쇄에 돌입하지 않았으나, 선택지로 보유하겠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국제 유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75.73달러까지 올랐고, 개장 초 78달러를 돌파하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해협이 진짜 닫힌다면 130달러대 충격파를 경고한다. 중동과의 거래, 선박 운항, 물동량까지 모든 질서가 아슬아슬하게 흔들린다. 이미 이스라엘 핵시설 공격과 중동 긴장 심화로 지난 열흘 새 유가는 12% 이상이나 올랐다.
한국 정부 역시 비상에 돌입했다. 6월 23일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에너지·수출입 등 전방위 대책 점검과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까지는 중동행 한국 선박 31척이 안전하게 운항 중이고, 수입 차질은 없지만, 해협이 막히면 가격 상승과 공급난, 물가와 경제 전반의 연쇄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한국의 원유 수입 67% 이상, 중동 교역의 3%, 해외 건설 수주의 32%가 이 줄기와 맞닿아 있어 경제에 몰아칠 파장은 거셀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오히려 중동 의존이 심화된 상황이라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란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대체 송유관을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풍부한 산유국 중 상당수는 호르무즈 해협 없이는 글로벌 수출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전체 소비량 중 이 해협 비중이 적지만, 세계 유가 급등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 이번 중동발 리스크는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유가와 공급망, 글로벌 경기를 잇는 연결고리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올해 극도의 저성장 예고 속 코스피 3,000을 갓 돌파한 상황에서, 유가 충격과 중동 불안, 글로벌 무역규제, 내수 침체라는 복합적 악재에 직면했다. 정부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24시간 상황을 감시, 금융·에너지·수출입·물류 등 전 분야별 컨틴전시 플랜 가동에 나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는 먼 바다에서 시작된 듯하지만, 거센 충격과 긴장은 이미 한국과 세계 경제 심장부까지 스며들고 있다. 지금 이 바닷길 위에는, 에너지와 안보, 미래의 서사가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