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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영부인 첫 피고인 출석”…김건희, 재판정서 수용번호 단 채 직업 “무직” 답변
정치

“전직 영부인 첫 피고인 출석”…김건희, 재판정서 수용번호 단 채 직업 “무직” 답변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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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중대 갈등 축이 된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가 전직 영부인 최초로 피고인석에 앉으면서, 정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이날 공판에는 약 90명의 방청객과 취재진이 몰려 법정이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날 오후 2시 10분,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법정으로 이송된 뒤, 검은 정장에 수용번호 ‘4398번’ 배지를 달고,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재판부가 촬영 허가와 유의사항을 밝힌 뒤 김 여사를 입정시켰고, 김 여사는 피고인석에 앉기 전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촬영이 끝난 후 재판이 시작됐고, 김 여사는 재판부의 진술거부권 고지 및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신원 확인을 요청하자 김 여사는 생년월일을 언급하며, “직업이 없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네.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 내내 김 여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구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최지우, 채명성 변호사와 간간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약 40분간의 재판이 끝난 직후에도 김 여사는 변호인들과 1분여간 대화한 뒤 조용히 퇴장했다. 김 여사 측 유정화 변호사는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접견에 관한 이야기만 있었다”면서, “재판 중계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모두 반대 의견”이라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조작에 관여, 8억 1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더불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공모 의혹,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들로부터 목걸이 등 금품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 배우자가 구속 피고인이 된 점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일부 여야 관계자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지적한다. 또 향후 재판 진행 상황이 총선 정국과 여야 구도에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공판 절차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향후 재판 일정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모두 긴밀히 주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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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도이치모터스#서울중앙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