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 중독 광기 뒤편 울음”…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잊혀진 절규→구원의 물음 번진다
서늘하고 비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한순간의 공기가 곧 거대한 통증의 물결이 됐다.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거리에서 노골적인 절망과 마주한 이들의 표정을 따라간다. 생존을 걸고 마주한 마약 쿠시의 중독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위협하며, 구조받지 못하는 이들의 눈빛엔 간절함이 짙게 남겨졌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절규와 고통은 흘러가는 일상이 아닌, 멈춰버린 시간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쿠시는 펜타닐보다도 25배 강한 독성에, 인골까지 사용된다는 소문으로 극한의 공포를 안겼다. 도시의 골목마다 깊은 상처가 드리워졌고, 젊은이와 노인이 말없이 위궤양과 폐 감염, 호흡 곤란에 시달린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치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공식 센터는 단 두 곳뿐,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공식 재활 경험자는 3백 명, 그 뒤엔 여전히 2천 명 이상의 환자가 기다리고 있다.

길에서 만난 현지 의사는 “환자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비공식 치료는 더 깊은 어둠을 남긴다. 쇠사슬에 묶인 환자와 불분명한 주술, 의심스러운 약물은 곧 생존의 명분 아래 지속되는 인권 유린으로 이어진다. 치료의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그 끝에서 소리 없이 꺼져가는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방송은 한편,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에서 감도는 긴장도 조명한다. 최근 불거진 태국 패통탄 총리와 캄보디아 훈센 상원의장의 통화, 식품 수입금지, 콘텐츠 차단까지, 국경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했다. 군인의 총구가 마주한 현장, 거리로 쏟아진 군중 속엔 분노와 불안이 응축됐다.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10개월 만에 바닥을 드러냈고, 정국은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강성규 아나운서와 김재천 서강대 교수,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 고영경 연세대학교 교수,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 등은 국경을 둘러싼 아세안의 내일을 다층적으로 해부한다. 서울에서 프리타운, 방콕에서 프놈펜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국경 어디서든 인권과 존엄의 무게는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치열하게 부딪히는 세계의 그림자 속에서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은 힐링도, 영광도 아닌, 구조되지 못한 생의 물음을 던진다. 시에라리온 의료 현장에서 지켜본 시선, 그리고 동남아의 균열과 변화까지, 한 번에 오는 울림이 진하게 남는다. 410회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은 7월 5일 토요일 밤 9시 40분, 시청자 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