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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위에 빛나는 생활”…김해분청도자기축제서 만나는 가족의 취향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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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말마다 가족 단위로 체험형 축제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체험이 곁가지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온 가족이 주인공이 돼 손으로 빚는 시간이 일상의 소중한 추억이 된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다.

 

11월의 김해는 분청도자기의 고요한 빛으로 깊어간다. 올해로 서른 번째를 맞은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진례면 일원에 펼쳐진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직접 흙을 만지는 도자기 꾸미기, 아이와 함께하는 찻사발 만들기, 가족이 힘을 합쳐 참여하는 흙높이 쌓기대회까지 체험거리가 풍성하다. “아이 손에 묻은 흙 냄새를 맡으니, 잠깐이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고 한 참가자는 솔직하게 느꼈다.

음식 체험과 예술이 공존하는 시간…‘김해분청도자기축제’ 경상남도 김해에서 열린다
음식 체험과 예술이 공존하는 시간…‘김해분청도자기축제’ 경상남도 김해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도자기 만들기와 같은 창작 체험형 축제 참여자가 해마다 늘고 있고, 가족·커플 단위 관람객 비중이 60%를 넘긴 것으로 집계된다. 도예인들의 시연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아이들이 물레 앞에서 똘똘 뭉친 표정을 짓는 풍경은 이 축제만의 명장면이다. 올해 ‘분청의 시간, 세종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세종 태항아리 특별전과 전국공모전은 전통과 현대 미감이 공존하는 색다른 영감을 전한다.

 

트렌드 연구자들은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에서 사람들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일상의 감정적 유대를 회복한다”고 설명한다. “도자기 축제의 본질은 손끝의 촉감과 가족 사이에 흘러가는 따뜻한 대화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도자기 경매장이나 우리집 머그컵 만들기 코너에는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라며 서로의 작품을 자랑하는 가족, 연인들로 붐빈다.

 

댓글 반응도 뜨겁다. “아이가 만든 찻잔 덕분에 집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직접 만든 도자기에 음식 담아 먹으니 특별한 식사가 됐다”는 소감이 이어진다. 행사장 곳곳에는 지역 맛집 거리, 푸드트럭, 미니열차, AR스탬프 투어, 공연 등이 배치돼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작은 축제처럼 꾸며졌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흙과 불 그리고 가족이 함께 어울린 그 순간이 각자의 가을을 조금씩 덜 외롭게 만든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도자예술을 일상에 스며들게 하며, 함께 만드는 시간이 우리 삶의 리듬을 천천히 바꾸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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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분청도자기축제#김해분청도자기#도자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