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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홍장원 비화폰 기록, 계엄 직후 원격 삭제”…경찰, 증거인멸 의혹 수사 착수→삭제 주체 추적 남아
사회

“윤석열·홍장원 비화폰 기록, 계엄 직후 원격 삭제”…경찰, 증거인멸 의혹 수사 착수→삭제 주체 추적 남아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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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폰의 전원이 꺼진 뒤에도, 기록은 말없이 지워졌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울을 덮친 바로 그날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주고받았던 비화폰 통화 기록이 정체불명의 손에 의해 원격에서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날의 통신은 마치 결코 남지 말아야 할 흔적처럼, 선포 3일 뒤인 12월 6일 내밀하게 사라졌다. 경찰은 사라진 기록 뒤편에 증거인멸의 의도가 있다고 보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사정 당국은 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은 비화폰 서버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삭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6일 수사 착수를 공식화하며, 해당 기록이 원격 초기화 방식으로 지워졌음을 밝혔다. 이 삭제는 비상계엄이 공식화된 후 불과 사흘 만에 발생했으며, 윤 전 대통령이 홍 전 차장을 경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시점과 맞물린다. 기록 삭제의 주체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경호처가 비화폰 운영을 맡아왔던 만큼 삭제 실행 주체로 지목받고 있다. 다만, 실제 삭제를 명령한 이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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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비화폰과 더불어 업무용 휴대전화 등 총 19대를 확보해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전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2023년 12월 3일부터 2024년 1월 22일까지 자동 삭제된 기록 대부분을 복구했고, 올해 3월 1일부터의 서버 데이터도 이미 해석을 마쳤다. 경호처 역시 지난 3주 동안 경찰과 합동 포렌식에 나서며 서버 기록 복원에 힘을 더했다. 자동 삭제 주기를 감안하면 복구가 필수적이었고, 경호처는 수사에 필요한 범위의 자료를 임의로 골라 제출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수사는 삭제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향후 추가적 증거가 확보될 경우 경찰은 압수수색영장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또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내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도 경호처와 국가기관 자료 확보에 집중하며,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삭제 명령을 내렸는지 수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국가 시스템의 핵심 기록이 삭제된 현장. 복구된 흔적들 뒤엔 새로운 진실이 얼굴을 드러낼지, 수사의 방향에 긴장감이 쌓이고 있다. 증거인멸의 단서와 삭제 명령의 실체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정치·제도적 책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남겼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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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홍장원#김봉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