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환자 수술, 아스피린 중단도 안전”…서울아산, 합병증 무차이 확인
스텐트 시술 후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환자가 심장이 아닌 다른 부위의 수술을 앞뒀을 때, 아스피린을 일시 중단하더라도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별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국내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성과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 치료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던 혈전과 출혈 위험의 균형점에 새로운 근거를 더한다. 업계와 의료 현장은 이번 결과를 진료지침 해석 정립과 수술 전 약물 관리 결정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 교수팀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30개 의료기관에서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환자 1010명을 대상으로 대조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아스피린 유지군과 중단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수술 30일 이내 사망, 심근경색, 스텐트 혈전증,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한 집단에서의 합병증 발생률은 0.6%, 중단군은 0.9%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후에는 혈관 내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한 이중항혈소판제(아스피린과 P2Y12억제제) 복용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스텐트 시술 환자의 약 20%는 시술 2년 이내에 다양한 비심장 수술(복부, 정형외과, 내시경, 안과, 치과 등)을 받아야 하며, 수술 전 아스피린 중단 여부를 둘러싼 판단이 여전히 쉽지 않았다. 약을 끊으면 혈전 위험, 복용하면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유동적 변수 때문이다.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은 출혈 위험이 극히 크지 않은 한 아스피린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출혈 우려 탓에 약물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 실무와 지침 사이 혼선이 반복됐다. 특히 환자별 맞춤 진료를 위해 안전성과 실효성을 뒷받침할 임상 근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아스피린 중단 여부와 무관하게 수술 관련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두 선택 모두 임상적으로 허용 가능한 치료 전략임이 확인됐다. 다만,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한 집단에서는 경미한 출혈이 다소 더 흔하게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진료현장에서 수술 전 항혈소판제 관리 지침을 재정립할 실질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혈전 예방과 출혈 최소화 사이에서 해묵은 논란이 이어졌던 수술 전 약물 중단 여부 문제에 과학적 해답이 추가된 셈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환자 임상에서 신속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의료현장과 가이드라인 간의 균형이 새로운 성장과 진료 표준화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