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반출, 데이터 주권 논쟁”…학계, 국가 기술 보호 방안 모색
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둘러싼 데이터 주권과 기술 보호 논쟁이 국내 공간정보 전문가 총집결로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구글과 애플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임박한 상황에서, 산학계가 정책 참고 자료를 마련하고 공식 입장을 도출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 결과가 ‘공간정보 기술 경쟁과 국가안보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오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학협력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공간정보 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 반출 이슈’ 주제 발표를 시작으로, 신동빈 안양대 교수(전 대한공간정보학회장)가 좌장을 맡은 산·학·연 전문가들의 집중 토론이 이어진다. 현장에는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 김원대 한국측량학회장, 신상호 공간정보품질관리원 본부장, 황병철 공간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 등 실무 및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도 반출이 자율주행·디지털 트윈·국방 등 산업과 안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진단한다.

주요 쟁점은 정밀 지도 반출과 관련된 데이터 주권, 국가 기술 보호, 지도 심의 제도 개선 방향 등이다. 특히 정밀 지도가 자율주행, 공간정보 기반 신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국내외 이용자 접근 방법과 데이터 저장 관리의 공간적 경계가 산업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위성 이미지 내 보안시설 가림 처리, 국가 좌표 비공개 등 일부 정부 제안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구글이 1대 5000 지도 데이터는 국가기본도로 ‘정밀 지도’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고, 축척 1대 1000 이상부터를 ‘정밀 지도’라고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밀 지도’ 법적 정의와 지도 범위가 혼용되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자의적 해석에 우려를 표했다.
지도 수정과 가림 처리의 주체 문제도 논란이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처리·보호 수정 주체로 자사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독도, 동해 표기 등 민감 이슈와 맞물려, 국내 데이터가 외국 기업의 판단에 따라 표현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이 ‘일본해’ 표기를 ‘중립적 표현’이라고 밝혀 여야 의원들과 공방이 오갔다.
현재 정부는 내달 11일 구글, 12월 8일 애플의 지도 반출 신청 심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에서 두 건을 병합 심의해 연내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해외 IT기업의 자율규제와 정부 심의 간 신뢰성 차이, 지도 데이터의 소재·가공 권한 문제, 기존 심의 제도의 개선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이번 포럼은 국제 경쟁 환경에서 한국의 기술·정보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 그 해법을 모색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공간정보 학계와 산업계는 “정밀 지도 등 핵심 데이터 관리와 법적 정의 명확화, 가공·수정 권한의 국내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포럼에서 제시되는 정책 대안이 향후 정부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그리고 디지털 신산업 성장과 국가안보 간 균형점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데이터가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환경에서 제도·산업·윤리 간 긴밀한 협력이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