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당긴 필름 전해질”…UNIST, 전고체 배터리 수명 한계 넘었다
일축 연신(한 방향으로 잡아당기기)이라는 물리적 공정이 차세대 고안전 배터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새로 쓰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강석주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주세훈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필름형 전해질 신기술은 성능과 대량생산 모두에서 기존 한계를 뛰어넘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번 논문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2023년 10월, 불소계 고분자(PVDF-TrFE-CFE) 기반의 필름형 전해질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일축 연신’ 공정을 통해 내부의 고분자 사슬이 곧게 펴지고, 이로 인해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넓어지는 원리다.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과제였던 낮은 이온 이동성 문제를, 별도의 첨가제나 복잡한 제조 없이 물리적 자극만으로 개선한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 연신 처리된 전해질은 비연신 전해질 대비 리튬이온 확산속도가 4.8배, 이온 전도도는 72퍼센트가량 향상됐다. 개발된 복합 전해질을 적용한 리튬금속–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2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약 78퍼센트를 유지해, 동일 조건의 비연신 전해질(55퍼센트) 대비 내구성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불이 붙었을 때 4초 만에 꺼지는 난연성도 입증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무기계 고체 전해질 대비 유연성과 대량생산 용이성이 뛰어난 고분자계 전해질에서 구현된 점이 주목된다. UNIST 연구진은 “연신 공정은 불소계 고분자를 넘어서 다양한 고분자 전해질에 적용될 수 있어, 차세대 고안전 전지 상용화의 길을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와 각국 기관들도 고체 전해질 기반 전지의 안정성과 생상성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의 고체 전해질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단일 물리적 공정만으로 이동성·내구성·난연성 세 요소를 동시에 개선한 사례는 드물다.
안전 기준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규제 모두 전고체 전해질의 장기 내구성·난연성 기준을 엄격히 요구하는 추세다. 이번 연구는 고분자계 전해질의 낮은 이온 이동성 등 기존 약점을 물리적 공정으로 극복한 만큼, 인증·표준화 절차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향후 대형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웨어러블 기기 등 실용 수요에 신기술 전해질의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공정 혁신이 실제 시장 적용의 전기를 마련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