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인명사전 원고료 대필 지급 드러나”…독립기념관 전·현직 연구원 벌금형
독립운동인명사전 원고료 부당 수령을 둘러싸고 독립기념관 전·현직 연구원과 사법부가 정면 충돌했다. 내부 명의 대필과 예산 집행 위반이 적발되며 독립운동 사업에 대한 신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법원의 유죄 선고와 국가보훈처 감사 결과가 더해지면서 유사 사례에 대한 정치권·시민사회의 경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4단독 김병휘 부장판사는 25일 전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A씨(68)에게 사기 등 혐의로 벌금 1천500만원을, 함께 기소된 연구원 4명에게는 각각 200만원에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5년부터 광복 이후 포상된 1만5천180명의 독립운동가를 기록한 독립운동인명사전 집필 과정에서 예산 운용과 관련된 부정 행위를 저질렀다.

당시 연구소는 전체 인원 중 400여명 분량을 전문성 등을 이유로 내부 연구원에게 집필을 맡기는 대신, 집필료 지급은 내규와 정부 예산 지침의 차이로 문제가 됐다. 내부 규정상 일부 집필료 지급은 가능했으나, 국가의 예산 관리 원칙에 따라 실제로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2015년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에 2차례에 걸쳐 총 2억7천900만원 상당의 용역을 발주하고, 내부 연구원 16명에게 1억4천822만원의 원고료를 지급하도록 해 실질적 이득을 취했다.
이 같은 행위는 상급 기관인 국가보훈처의 감사에서 드러났고, 원고료는 전액 환수 조처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A씨 등은 “원고가 아까우니 대필 행세할 사람의 명의를 빌리자”며 8천800여만원의 원고료를 대필자 명의로 재차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업무상 배임 및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내부 연구원에 대한 원고료가 전액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기존 원고를 살리기 위해 대필로 우회할 수 있다’는 진술이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독립기념관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연구원에 대해서도 “기망적 수단으로 원고료를 편취한 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범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반환 등 정상을 참작해 벌금형에 그쳤다.
이번 사건은 예산 집행 투명성, 공공기관 책임 문제를 둘러싼 경각심을 높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독립운동유산 사업의 근간 신뢰를 위한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유사 사례 방지와 원고 집필 사업의 관리 체계 강화를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