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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 사적 유용 파문”…허민 국가유산청장, 김건희 논란 공식 사과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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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 논란을 두고 정치권과 문화계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 ‘차담회’, 경복궁 어좌 논의 등 잇단 의혹에 공식 사과하며, “국가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허 청장은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적 행위로,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특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국가유산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겠다”며 내부 감사를 이미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이 불거진 시기는 전임 청장 재임기였음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김건희의 발길만 닿으면 종묘가 카페가 되고,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조 의원은 국가유산청의 자체 감사를 넘어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허민 청장은 “법무감사담당관실 인력을 보강하며 철저히 전수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배제 요구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국가유산 사적 유용에 관여된 공무원을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등은 “전 정부의 과오로 직무를 정지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해”라며 맞섰다. 김교흥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한 결정 방침을 내놨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한 “관련 사안에 깊게 관여한 직원들에 한해선 업무배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이 깊게 관여돼 있지 않다”며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2023년 9월 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국인과 ‘차담회’를 진행하며 출입이 엄격한 신실까지 둘러보고, 같은 해 9월 12일에는 경복궁 근정전 어좌에 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3년 3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를 방문했으나, 이 방문은 기록에서 누락된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됐다.

 

내부 관계자들은 “방문 목적 확인과 기록 남기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근본적인 관리 체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화계 관계자도 “대통령 일정이라면 무조건적인 허용이 관행이었지만, 이번 점검을 계기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치권과 문화계는 김 여사의 유산시설 내 사적 유용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는 감사 진행, 관련자 직무배제, 관리 체계 정비를 중심으로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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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김건희#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