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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1조원 넘는 암호화폐 ‘비증권’ 주장”…SEC 규제론 새 갈림길→의회 개입 촉각
국제

“리플, 1조원 넘는 암호화폐 ‘비증권’ 주장”…SEC 규제론 새 갈림길→의회 개입 촉각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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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규제 지형 한복판에서 리플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또렷이 아로새겨졌다. 2025년 5월 27일, 리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크립토 태스크포스에 ‘디지털 자산의 독립성 기준’을 담은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식 제출했다. 규제의 바람이 거센 금융의 길목에서, 이번 제안은 스튜어트 알데로티 최고법무책임자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의 서명 아래 펼쳐진 중대한 행보였다. 마치 오랜 겨울 뒤 움트는 신록처럼, 이 서한은 암흑 속에 치열하게 쌓여온 디지털 자산의 자율성을 향한 갈망과 숱한 논란을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끌어올렸다.

 

그 시작은 지난 5월 20일 리플과 SEC 간 회의장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리플 측은 투자계약으로부터 디지털 자산이 도출되는 시점에 관한 자사의 법적 해석을 조심스럽고도 분명한 언어로 발표했다. 특히 리플랩스와 SEC 사이의 법정 다툼에서 토레스 판사가 내렸던 “XRP는 증권이 아니다”라는 판결은 이번 규제안의 핵심 축을 이루었다.  

리플, SEC에 ‘디지털 자산 독립성 기준’ 제안… “1조원 시총 넘으면 증권 아냐”
리플, SEC에 ‘디지털 자산 독립성 기준’ 제안… “1조원 시총 넘으면 증권 아냐”

리플이 건넨 새로운 제안의 중심에는 ‘성숙도 테스트’라는 이름의 객관적 기준이 놓여 있다. 시가총액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 이상, 10년 이상 오픈·퍼미션리스 네트워크에서의 운영, 그리고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일방적 핵심 기능 변경 권한이 없는 분산화 구조—이 세 가지 조건을 두루 충족한 디지털 자산이라면 더 이상 증권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관적 해석이나 조직 의도에 좌우되지 않고, 경제적 수치와 네트워크의 성장·분산 정도라는 현실에 바탕을 둔 방식이 새 길을 제시한다.

 

리플의 논리대로라면 성숙한 네트워크 위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자산, 이미 등록된 ETF나 선물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열린 자산들은 과도한 증권 규제 안에 가둘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과도한 정보공개 이슈와는 달리, 성숙한 생태계에 뒤늦은 통제의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낳을 수 있음을 리플은 지적했다.

 

SEC 역시 암호화폐 시장 내 악의적 행위자의 위험을 경계하지만, 리플은 규제의 틈을 메우는 역할은 본질적으로 입법기관, 곧 의회의 몫임을 거듭 강조했다. 행정부의 해석이 아닌, 법률의 힘으로 기준이 다져진다면 오히려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리플은 규제 회색지대에 놓인 건전한 시장 주체들을 위해 ‘세이프 하버’, 곧 한시적 유예장치의 도입이 필요하며, 그 핵심도 기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질서를 찾는 데 있음을 덧붙였다.

 

금융 시장의 흐름이 디지털 자산이라는 미지의 바다를 거세게 흔들고 있는 지금, 미국 의회의 입법적 대응과 SEC의 후속 행보 모두에 세계의 눈길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법제의 전범 사례로 이번 논란을 주시하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융당국들도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장은 다시, 변화의 문턱 위에서 방향을 가늠하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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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sec#x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