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무더위엔 박물관으로”…서울 도심, 시원한 문화의 안식처로 떠오르다
요즘 유난히 뜨거운 날씨에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여름엔 야외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예술과 역사를 만나는 문화 산책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서울의 한복판, 수도권엔 아침 최저 27도, 낮엔 37도에 이르는 폭염이 예고됐다. 푸르른 하늘, 반짝이는 자외선 아래 야외로 나서기엔 다소 망설여지는 이 날씨에, 박물관은 색다른 안식처로 떠오른다. SNS에는 ‘박물관에서 하루 보내기’ 인증글이 이어지고,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도, 조용히 산책하듯 전시실을 거니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기관의 관람객 수가 여름철에 꾸준히 늘고 있다. 전통문화의 결을 만질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인기고, 선사부터 조선까지 시간 여행을 선사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넓은 전시 공간 덕분에 북적이지 않아 쾌적하다. 조선 왕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립고궁박물관, 어린이·청소년 맞춤 체험이 가득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신기한 비행기 전시와 우주 체험의 국립항공박물관, 그리고 우리 돈의 뿌리를 배우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도 각기 매력을 뽐낸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박물관 나들이의 본질을 ‘삶에 온기를 더하는 여유’라 말한다. 관광은 물론, 아이와 부모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빚어내는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더워서 집에만 있던 아이가 박물관에선 눈을 빛낸다”, “똑같은 토요일이었는데, 오늘은 특별했다”는 글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작고 단순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도심 속 박물관의 시원한 하루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한층 세련되게 바꿔놓는다. 과거엔 특별한 경험이었던 문화 산책이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가 된 셈이다.
결국 여름의 폭염 속 박물관 나들이는 단순한 피서 그 이상이다. 지식, 쉼, 감동이 어우러진, 나만의 ‘도심 속 여행’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