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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논문도 쓴다”…라이너, 고교생·AI 공저 국제 논문 채택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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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논문 작성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가 지원한 한국 고등학생의 논문이 세계 최초 AI 저자 중심 학술행사 ‘Agents4Science 2025’에서 스포트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되면서, 나이나 연구 경험과 무관하게 누구나 AI와 협업해 국제 학술대회 수준의 연구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섰다. 업계는 이번 논문 채택을 두고 AI와 인간의 연구 협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식 생산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라이너는 자사의 리서치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완성된 논문 3편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주최 ‘Agents4Science 2025’에 최종 채택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중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 최재영 군의 논문 ‘확률적 생화학 모델의 실시간 열역학적 타당성 검증’이 전체 253편 중 상위 11편에게만 주어지는 ‘스포트라이트’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Agents4Science 2025’는 AI가 과학 논문의 제1 저자이자 동료 심사자로 참여한 첫 국제 학회다. 접수 논문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1차 심사와 LLM 기반 검증 시스템을 거쳐, 최종적으로 전문 심사위원단이 채택했다. 허위 인용 자동 탐지 등 최신 AI 검증 기술까지 적용돼 선정 논문의 신뢰성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번 성과의 핵심 배경에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논문 작성 프로세스가 있다. 최재영 군과 라이너 소속 연구진은 ‘가설 생성 에이전트’, ‘인용 추천 에이전트’, ‘동료 평가 에이전트’ 등 다양한 AI 기능을 활용해 연구 주제를 선정하고 참고문헌을 자동 수집, 논문 완성도를 빠르게 높였다. 연구 경험이 전무한 학생도 한 달 만에 국제 학술대회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 환경 대비 진입 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셈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논문 초안 작성과 검토의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단계를 AI가 대신함으로써 연구자가 창의적 탐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와 협업해 논문을 집필하는 경향이 확산 중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대학은 AI의 데이터 검증 및 참고문헌 자동 생성 서비스를 연구 인프라로 도입하고 있다. ‘Agents4Science 2025’ 역시 최대 규모 AI 논문 심사를 통해 AI 공저 시스템의 신뢰성과 확장 가능성을 실증했다. 반면, 아시아와 국내 연구계는 아직 AI 저자 표기, 데이터 신뢰성, 논문 윤리 등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정책적 논의와 제도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이번 논문 채택을 이끈 라이너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AI 검색 특화 스타트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김진우 대표는 “AI가 반복·루틴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인간 연구자가 본질적 질문과 창의력 탐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AI와 함께 새로운 지식 창출 환경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브 리서치’와 같은 AI-연구자 협업 방식이 향후 논문·연구 생태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가 연구 진입 장벽을 허물고, 다언어·다원적 연구의 출현을 촉진하는 분기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학술 제도 간의 조화로운 발전이 AI 시대 연구 혁신의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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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agents4science2025#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