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궁, 오컬트 경계를 허문 운명의 서사”…윤성식, 전율과 공감→마지막 회차 반전 예고
창문 사이로 스미는 저녁노을처럼, ‘귀궁’은 시청자의 기억 너머에 있는 옛 설화를 판타지 로맨스라는 따스한 옷으로 감싸 안았다. 배우 육성재, 김지연, 김지훈은 저마다 사연을 품은 인물로 분해, 인간과 귀신, 그리고 사랑과 한이 겹치는 미묘한 경계에 서 있었다. 회차가 깊어질수록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온기로 변했고, 시청자들은 화면 너머 잊고 있던 정서적 유대를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과감하게 오컬트의 공포를 뛰어넘었다. 귀신은 방황하는 혼이자, 끝내 다가서는 연민의 대상이 됐다. 윤성식 감독은 판타지 사극을 바탕으로 로맨틱 코미디부터 휴먼 드라마까지 장르를 촘촘히 잇고, 악귀와 무녀, 이무기와 왕가 같은 복잡한 세계관과 각종 귀물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귀신 이야기가 인간 보편의 감정과 만나는 순간, 세계 각지 시청자들의 공명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귀궁’은 2049 시청률, 전 회차 동시간대 1위를 휩쓸었고, 글로벌 OTT 시장에서도 아시아 전역 1위와 9.7점에 달하는 리뷰를 쌓으며 K-오컬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던 토종 설화의 뿌리는 홍콩, 태국 등 아시아 팬심을 사로잡았고, 한(恨)과 치유의 메시지로 시청자와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귀물 팔척귀, 수살귀 옥임, 야광귀, 외다리귀 등에 깃든 서사는 각각의 아픔과 화해를 이야기했고, 시청자는 감정의 파고를 함께 넘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귀신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남기지 않았다. 치유와 공감, 그리고 서사를 타고 흐르는 온기가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고, 반복되는 퇴마 서사를 의미 있는 변주로 이끌었다. ‘귀궁’은 전통과 현대,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는 새로운 K-오컬트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제 단 두 번의 회차만이 남았다. 악귀가 된 팔척귀를 소멸시키려 살아남은 강철이, 여리, 이정의 마지막 선택이 펼쳐질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귀궁’은 6일 금요일 밤 9시 50분에 15화가 방송된다.
